서울 남은 정부기관·공공기관, 내년부터 지방 이전 본격화
서울 남은 정부기관·공공기관, 내년부터 지방 이전 본격화
  • 정연진
  • 승인 2026.09.04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부·성평등가족부 세종 이전 추진…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도 재배치 검토
109개 기관 통폐합까지 동시 추진…행정수도 완성과 공공부문 효율화 ‘투트랙’

정부가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옮기는 작업에 다시 속도를 낸다. 중앙부처는 세종시를 중심으로 이전하고, 공공기관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재배치한다. 여기에 공공기관 109곳을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까지 병행하면서 행정·공공부문 전반에 걸친 대수술이 시작될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도권에 남아 있는 행정 기능을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옮기고, 수도권 공공기관은 지방 혁신도시와 연계해 지역 성장 거점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서는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가 우선 이전 대상으로 거론됐다. 현재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 기관으로 분류된 두 부처를 세종으로 옮기기 위해 정부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후 2027년 상반기부터 기관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곳을 중심으로 순차적인 이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청과 경찰청 등 별도의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하기로 했다. 기관마다 업무 특성과 준비 상황이 다른 만큼 모든 부처를 한꺼번에 옮기기보다 단계적으로 진행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이전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는 이들 기관이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외교부와 통일부는 대통령실의 세종 이전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등 향후 국가기관 이전 일정과 연계해 추가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는 단순한 중앙부처 이전 도시를 넘어 대통령 집무와 입법, 행정 기능이 결집하는 실질적인 행정수도로 한 단계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수도권 공공기관 350여곳도 이동 검토

공공기관 이전은 규모 면에서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정부는 수도권에 소재한 35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방 이전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과거처럼 수도권 잔류 기준을 폭넓게 적용하기보다 반드시 수도권에 있어야 하는 기관을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이전 대상에 포함한다는 방향이다.

구체적인 이전 기관과 지역은 올해 4분기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배치한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기관을 지역별로 분산하는 방식보다는 에너지·금융·해양·국토 등 연관 기능을 가진 기관을 한곳에 모아 지역 산업과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1차 공공기관 이전에서 나타난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혁신도시가 만들어졌지만 기관 이전만으로 지역 산업이 크게 성장하거나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기관과 지역 대학, 기업, 연구기관 간 연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에는 공공기관을 지역 산업과 묶어 ‘기관 이전→일자리 확대→인구 유입→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청사 기다리지 않고 내년부터 선도 이전

정부는 이전 속도에도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과거처럼 새 청사를 짓고 기관을 옮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건물을 임차하는 방안 등을 활용해 내년부터 선도 이전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전 시기를 앞당겨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조기에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전 시점이 빠르고 지역 파급효과가 큰 기관에는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관 이전에는 직원들의 주거와 교육, 교통, 생활 인프라 등 정주 여건이 함께 따라붙어야 한다. 이전 기관의 직원과 가족들이 실제로 지역에 정착하지 못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2차 공공기관 이전의 성패는 기관 숫자보다 지역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공기관 109곳 통폐합… 조직도 줄인다

이번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축은 공공기관 구조조정이다. 정부는 유사·중복 기능을 통합하고 소규모 기관을 합치는 방식으로 공공기관 109곳을 줄이기로 했다. 전체 공공기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표적인 분야가 에너지다. 한국남동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통합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항만 분야에서도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자회사와 소규모 기관 사이에 중복되는 기능을 정리하고 기관 간 역할을 재조정해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즉 이번 정책은 단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아니라 기관의 숫자와 기능, 소재지를 동시에 재편하는 작업에 가깝다.

<>지방은 기대감… 기관·노조 반발은 변수

지방에서는 공공기관 추가 이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기관이 들어오면 직원과 가족의 이동뿐 아니라 주거·교육·교통·상업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대학과 기업 입장에서도 공공기관과의 산학협력, 연구개발, 인력 양성 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반면 이전 대상 기관과 통폐합 대상 기관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공공기관 통합은 조직과 인력 재배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직원들의 반발이 변수다. 기관 간 통합 과정에서 업무 권한과 조직 규모, 인력 배치 등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지역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어떤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하느냐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정부가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각 지방자치단체는 연관 산업과 지역 특성을 앞세워 유치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도권 집중 완화와 공공부문의 효율성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다. 중앙행정기관은 세종을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공공기관은 지방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한다. 동시에 기능이 겹치는 공공기관은 통합해 조직을 줄이는 구조다.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2027년부터 공공부문의 공간적 배치뿐 아니라 기관 간 역할과 기능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올해 4분기 발표될 구체적인 공공기관 이전 대상과 지역별 배치안이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어떤 기관을 어디로 옮기고, 통폐합 과정에서 조직과 인력을 어떻게 재편하느냐에 따라 이번 정책의 실효성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 1차 이전의 한계를 넘어 실제 지역 일자리와 인구 증가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기관 숫자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과 생활권을 함께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이번 정책은 균형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Independent journalism on technology, industry and the forces reshaping Korea and the world.
  • Korea IT Times Co., Ltd. | 34 Gukjegeumyung-ro 8-gil, Yeongdeungpo-gu, Seoul, Republic of Korea
  • Business Registration No. 206-86-32195
  • Tel. +82-2-578-0434 | 010-2442-9446 | info@koreaittimes.com
  • Publisher & Editor-in-Chief: Younsoo Chung | Youth Protection Manager: Choul-woong Yeon
  • ©2004–2026 Korea IT Times.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