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 내 생활가전과 TV 판매 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다. 현지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시장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미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일 중국 현지 임직원 설명회를 열고 TV·생활가전 판매 사업 종료 방침을 공식화했다. 주요 유통망과 협력사에도 판매 중단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운영은 유지하며 기존 고객 대상 사후서비스(AS)도 지속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중국 시장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 TV 시장은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현지 브랜드가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삼성전자는 현지 소비 트렌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점유율이 지속 하락했다.
실제 중국 오프라인 시장 기준 삼성전자의 TV 점유율은 한 자릿수 초반 수준에 머물렀고, 냉장고와 세탁기 부문에서도 존재감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중심 전략만으로는 중국 시장에서 수익성과 점유율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대신 모바일과 반도체, AI 기반 서비스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맞춤형 스마트폰과 AI 기능을 강화해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중국 전용 프리미엄 스마트폰 라인업인 ‘W 시리즈’를 비롯해 현지 AI 기업들과의 협업 확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 역시 중국 내 생산거점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망 대응력을 강화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 후공정 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메모리 수요 확대에 맞춰 생산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글로벌 생산 효율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해외 생산거점 재편과 일부 제품 생산 외주화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가전 공장 폐쇄 결정도 같은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TV와 생활가전처럼 성숙 단계에 접어든 사업보다 AI 디바이스, 차세대 반도체, 의료·로봇 기술 등 미래 성장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이미 가격 경쟁 중심으로 재편돼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삼성전자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미래 사업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