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을 통해 인공지능(AI)을 별도의 전문 서비스가 아닌 검색·교육·쇼핑·주거·금융 등 일상 플랫폼의 기본 기능으로 확장한다.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생활 서비스와 국내 AI 모델·반도체·클라우드·네트워크를 연결해, 국민이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 안에서 AI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KT는 26일 무신사, 직방, 다음, EBS, 매스프레소, 솔트룩스, BC카드 등과 협력해 생활 밀착형 AI 서비스를 구현한다고 밝혔다. 앞서 KT는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NC AI, 액션파워, 리벨리온, 래블업, 베슬AI코리아 등을 포함한 16개 기업·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사업에 참여했다.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국산 AI 기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범용 챗봇뿐 아니라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공공 AI 에이전트까지 보급해 외산 AI 의존도를 낮추고 이용 격차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는 선정 사업자에 엔비디아 B200 기준 최대 512장의 GPU를 분배하고, 2027년부터 서비스 운영비도 지원할 방침이다.
9700만 학습자와 1700만 쇼핑 이용자가 AI의 유통망 된다
교육 분야에서는 EBS와 매스프레소의 학습 서비스에 AI를 접목한다. 매스프레소가 운영하는 ‘콴다’는 국내외 누적 이용자 약 9700만 명과 월간 활성 이용자 약 8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KT 컨소시엄은 학습 수준과 진도, 질의 패턴을 반영한 초개인화 학습 기능을 고도화해 AI 교육 서비스의 이용 기반을 넓힐 계획이다.
쇼핑 분야에서는 약 17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무신사와 협력한다. 월간 활성 이용자가 약 800만 명에 이르는 플랫폼에 개인화 추천과 대화형 탐색 기능을 적용해, 이용자가 상품명이나 분류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목적·취향·가격 조건에 맞는 제품을 찾도록 지원한다. 다나와·에누리·메이크샵을 운영하는 커넥트웨이브도 가격 비교와 상품 검색, 판매자 지원 등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음과 솔트룩스는 검색과 정보 탐색, 직방은 부동산 정보 수집과 의사결정, BC카드와 딥서치는 금융정보 분석과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생성형 AI 창을 하나 더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용자가 기존 플랫폼에서 수행하던 검색·비교·판단 과정을 AI가 보조하는 구조다.
KT는 이들 서비스를 국내 AI 모델과 플랫폼,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KT의 클라우드·통신망에 연결하는 풀스택 전략을 추진한다. 서비스 기업이 이용자 접점을 제공하고, 모델 기업이 지능 계층을, 반도체와 클라우드 기업이 연산 기반을 담당하는 구조다.
AI 대중화의 승부처는 성능보다 반복 사용
KT 컨소시엄의 핵심 자산은 특정 AI 모델 하나가 아니라 여러 생활 플랫폼이 이미 확보한 이용자 기반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모델의 매개변수와 벤치마크 성능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면, ‘모두의 AI’는 AI가 실제 생활 속에서 얼마나 자주 사용되고 지속적인 효용을 제공하는지를 시험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특히 교육·쇼핑·주거·금융은 사용 목적과 데이터 형식, 오류의 비용이 서로 다르다. 하나의 범용 모델을 모든 서비스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분야별 모델과 데이터를 조합하고, 답변의 근거와 개인정보 처리 범위, 오류 발생 시 책임을 서비스 특성에 맞게 설계해야 한다. KT 컨소시엄의 성패도 참여 기업 수보다 서로 다른 모델과 플랫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AI 접근성 역시 단순한 무료 제공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2025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일반 국민의 AI 서비스 이용 경험은 59.4%였지만 고령층·장애인·저소득층·농어민 등 4대 취약계층 평균은 30.2%에 그쳤다. 기존 교육·금융·주거 플랫폼 안에 AI를 배치하는 KT의 방식은 별도의 서비스를 찾아 가입하고 사용법을 익혀야 하는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음 과제는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다. 무료 AI는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지만, 사용량이 늘수록 추론 비용도 증가한다. 정부 지원 이후에도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AI가 고객 문의 비용을 줄이거나 검색·구매 전환율과 학습 성과를 높이는 등 각 플랫폼에서 측정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결국 ‘모두의 AI’는 국산 AI 모델을 개발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AI 기술이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까지 도달하고, 그 과정에서 신뢰성과 경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대규모 실증 무대다. KT의 전략은 AI 대중화의 경쟁력이 가장 큰 모델을 보유하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일상의 반복적인 행동 속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치하느냐에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