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유엔 승인으로 ‘핸즈오프’ 고속도로 주행, 그러나 ‘완전 자율’과는 아직 거리
BMW, 유엔 승인으로 ‘핸즈오프’ 고속도로 주행, 그러나 ‘완전 자율’과는 아직 거리
  • 유단일
  • 승인 2025.11.0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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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벽을 넘은 첫 글로벌 승인… 그러나, ‘손을 놓아도 책임은 남아 있다’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율주행의 의미는 여전히 탐색 중이다.
BMW iX3 전기 SUV가 달리고 있는 일러스트. 차량 내부에 있는 남성이 양손을 운전대에서 뗀 채 주행 중이며, 대시보드에는 미래형 주행 보조 인터페이스가 보이는 듯한 분위기./ 이미지=KOREA IT TIMES.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손을 운전대에서 떼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BMW가 최근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마련한 새로운 자율주행 규정 ‘UN Regulation No. 171(Driver Control Assistance Systems, DCAS)’에 따라 세계 최초로 국제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를 넘어, 그동안 국가별로 제각각이던 자율주행 법체계를 국제적으로 통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NECE의 DCAS는 운전자보조(Level 2) 시스템의 역할과 한계를 명확히 하며, “운전자의 개입 가능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BMW는 이 규정의 첫 승인 제조사가 됐다.

기술적 진보: ‘핸즈오프’가 허용된 첫 고속도로 주행

BMW는 새로 인증받은 시스템을 통해 고속도로에서 최대 시속 130km까지 완전한 ‘핸즈오프’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더라도, 차량은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자동 조절하며, BMW Maps 기반의 경로 안내에 따라 차선 변경도 스스로 수행한다. 운전자가 측면을 한 번 확인하는 시선 인식만으로 차선 변경을 승인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새로운 BMW iX3 등 차세대 모델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향후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도심 주행 보조 기능까지 확장될 계획이다. BMW는 이를 ‘Symbiotic Drive(공생 운전)’으로 표현하며, “인공지능과 운전자의 판단이 조화를 이루는 주행 경험”을 강조했다.

그러나 ‘완전 자율’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승인으로 완전한 자율주행 시대가 열린 것은 아니다. BMW의 시스템은 여전히 Level 2 범주에 속하며, 운전자는 항상 개입 가능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은 자율주행의 기술적 완결성보다는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즉, 시스템이 주행을 수행하더라도 사고 발생 시 최종 책임은 운전자에게 있다는 점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독일 내 교통 당국뿐 아니라 UNECE가 ‘핸즈오프 기술’ 확산의 전제 조건으로 설정한 핵심 기준이다. 시스템은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으로 작동하지만, 운전자의 주의가 이탈하거나 졸음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제어권을 반환한다.

장점: 기술·산업 구조의 도약

BMW가 확보한 DCAS 승인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도 파급력을 미친다. 우선, 국가별 상이한 인증체계를 단일화함으로써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BMW는 이미 Qualcomm과 협력해 차세대 운전자보조칩 ‘Snapdragon Ride Pilot’을 도입, 자율주행 시스템의 반응속도와 학습 능력을 강화했다. 업계는 이번 승인이 독일과 유럽 내 자동차 기업 전반의 기술표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국 시장에도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레벨 2+ 수준의 ‘핸즈오프’ 기능이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UNECE 규정이 한국에서도 법제화될 경우, 수입차뿐 아니라 국산차에도 동일한 기능의 상용화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계: 법·보험·인식의 벽은 여전

반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책임과 보험체계다. ‘핸즈오프’ 주행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와 제조사 중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또한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도로 인프라, 고정밀 지도, 통신망(5G·6G) 등 하드웨어 기반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아 안정성 검증이 필요하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보다 사회적 수용이 더 큰 과제”라며 “운전자가 ‘손을 놓는 순간에도 통제하고 있다’는 새로운 운전 개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율주행, ‘보조’에서 ‘공조’로

BMW의 이번 도전은 단순한 마케팅이나 기술 경쟁을 넘어,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보조’에서 ‘공조(symbiosis)’로 진화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손을 놓아도 책임은 남아 있다’는 모순된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율주행의 의미는 여전히 탐색 중이다.

한국의 운전자들에게 이번 승인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은 이미 도로 위에 올라섰고,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와 사회적 합의다. ‘운전의 자유’와 ‘안전의 책임’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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