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자체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사고 한 건당 피해가 커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졸음운전과 전방 주시태만이 사망사고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운전자의 피로를 관리하고 휴식을 유도하는 예방형 교통안전 정책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운전자가 고속도로 주행 중 스스로 휴식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휴식포인트’ 제도를 올해 연말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일정 시간 이상 머문 운전자에게 디지털 포인트를 제공해 안전한 운전 습관을 자연스럽게 정착시키는 방식이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운전자가 ‘위드라이브’ 앱을 설치한 뒤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졸음쉼터에서 15분 이상 휴식을 취하면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휴식 여부가 확인되고 포인트가 적립된다. 적립 포인트는 전국 커피전문점과 편의점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다.
휴식 1회당 지급되는 포인트는 50원에서 최대 500원 상당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추첨을 통해 1000원부터 최대 20만원 상당의 추가 포인트도 지급한다. 단순히 금전적 혜택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전자가 피로를 느낄 때 휴게소나 졸음쉼터에 들르는 행동 자체를 습관화하는 것이 제도의 핵심이다.
이번 정책은 교통안전 분야에서 활용되는 ‘넛지’ 개념을 디지털 플랫폼에 접목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강제적인 단속이나 처벌 대신 이용자가 스스로 안전한 행동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위치정보를 활용해 실제 휴식 행동을 확인하고 여기에 보상까지 결합하면서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직접 끌어내는 구조를 마련했다.
이 같은 예방 정책이 필요한 배경에는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반기 평균과 비교했을 때 올해 상반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감소했지만 사망자는 70명에서 95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졸음운전과 주시태만으로 인한 사망자는 68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1.6%를 차지했다.
교통사고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교통안전 수준이 개선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거나 피로를 견디며 운전을 이어갈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보다 운전자의 위험 행동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방 중심 정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앞서 ‘땡큐포인트’ 제도를 운영하며 휴식 유도 정책의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2023년부터 시행한 해당 제도를 통해 지난해 약 62만명의 운전자가 참여했고, 190만회 이상의 휴식 행동이 유도됐다. 올해는 포인트 혜택과 참여 방식을 개선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 확대에 나섰다.
교통안전 업계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단순한 교통정보 제공을 넘어 사고 예방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치정보와 운행 데이터를 활용해 운전자의 휴식을 유도하거나 피로도를 관리하는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교통안전 정책 역시 단속 중심에서 데이터와 행동 유도를 결합한 예방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속도로는 장시간 운전이 반복되는 특성상 운전자의 피로 관리가 사고 예방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휴식포인트처럼 운전자에게 실질적인 참여 동기를 제공하는 방식은 안전수칙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캠페인보다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교통안전 정책이 사후 단속에서 사전 예방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디지털 플랫폼과 위치정보, 보상 체계를 결합한 휴식포인트가 운전자의 행동을 바꾸는 새로운 안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