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Part 4ㅣAI 법률상담 시대, 변호사와 AI 협업이 필요한 이유
Part 5ㅣ인공지능 기본법, 무엇이 처벌되나? 과태료 3천만원 적용 기준
Part 6 | 홍승권 변호사 진단: “형사전자소송 시작…수사기록 전자화가 관건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skh@law-pan.com)
형사전자소송, 그것을 환영하고 싶다.
형사전자소송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소장을 접수하고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각종 서류를 법원에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변호사로 일하다 보면 매번 이 편리함에 감탄하게 된다. 더 이상 법원 민원실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언제 어느때라도 사무실에서 서류를 제출할 수 있고, 교통비나 이동 시간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전자소송은 특허 사건을 시작으로 민사, 가사, 행정 사건까지 혜택이 확대됐다. 일부 예외는 있다. 승계집행문 신청처럼 아직 종이 문서로만 처리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변론기일이나 심문기일처럼 법원에 직접 출석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법원 청사에 발걸음할 일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형사는 어떨까. 사실 지난해 10월, 형사전자소송시스템이 시행됐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었다. 다만 아직은 환영과 아쉬움이 반반이다.
형사 사건이 민사 등 다른 사건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소송 이전에 ‘수사’라는 단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거치는 동안 방대한 양의 증거자료가 수집되고, 수많은 사람의 진술이 조서 형태로 작성된다. 형사전자소송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이 수사 단계의 자료들, 즉 수사기록과 조서 전체가 전자화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창구로 ‘형사사법포털’이라는 인터넷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다. 사이트에 접속해 보면 자신의 사건 진행 현황 확인부터 각종 서류 제출, 민원 신청까지 다양한 메뉴가 잘 갖춰져 있다. 다만, 아직 그 메뉴들을 온전히 활용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변호인이 피의자의 대리인으로 선임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변호인 선임계 제출이다. 그다음으로는 수사기관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서류들조차 아직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직접 제출할 수 없다. 여전히 우편이나 팩스, 혹은 직접 방문으로 제출해야 한다.
더 아이러니한 점도 있다. 변호인이 우편으로 보낸 서류를 받은 담당 수사관이 그것을 다시 스캐너로 스캔해 시스템에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화를 위해 결국 담당자가 수작업을 해야 하는 구조다.
사건 기록 열람과 등사 문제는 더 불편하다. 변호인이 사건 기록을 검토해야 할 때 포털을 통해 온라인으로 열람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 직접 수사기관을 방문해 열람하거나 복사본을 받아오는 방법밖에 없다. 게다가 그 방문 신청조차 포털 메뉴로는 할 수 없고, 별도로 팩스나 우편으로 신청서를 보내야 한다.
물론 이는 과도기이기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조사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모든 경찰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에서 조서를 작성한 뒤 피의자에게 태블릿을 건네 전자서명을 받는 방식을 도입하고 있었다. 서명이 완료된 조서는 자동으로 PDF로 변환돼 시스템에 탑재된다. 마치 보험사나 은행을 연상시키는 편리함에 감탄했었다.
이런 변화를 생각하면 조만간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도 해결될 것이다. 변호인이 서류를 제출하고 사건 기록을 전달받는 방식 역시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변호인 선임계 하나를 내기 위해 우체국에 가는 일, 기록 열람·등사 신청서를 팩스로 보내고 며칠을 기다리는 일도 머지않아 옛이야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형사전자소송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면 그 수혜는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것이다. 변호사로서, 그리고 이 시스템을 이용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날을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