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내놔라, 공장도 관여하겠다”… 경영권까지 넘보는 노조, 기업 경쟁력 흔들
“성과급 내놔라, 공장도 관여하겠다”… 경영권까지 넘보는 노조, 기업 경쟁력 흔들
  • 정연진
  • 승인 2026.08.1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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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성과 배분·공장 신설은 경영진의 고유 권한…쟁의 대상서 제외해야”
AI·반도체 전쟁서 갈등 확산 우려… 기업이 투자하고 뛸 수 있는 환경돼야

기업의 성과급 지급 방식과 신규 공장 설립 같은 경영판단까지 노동쟁의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에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치열한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노사갈등의 범위가 기업의 투자와 사업전략 결정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7일 ‘최근 노동 현안에 대한 경영계 제언’을 내고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 배분이나 신규 공장 설립 등은 단체교섭과 노동쟁의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특히 문제로 지적한 것은 영업이익과 연계한 성과 배분 요구다. 기업의 이익은 시장 상황과 경영성과, 미래 투자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활용해야 하는데 이를 노조가 사실상 고정적인 배분 대상으로 요구할 경우 기업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총은 성과급이 법정 근로조건으로 규정돼 있지 않으며, 대법원 역시 경영성과의 사후적 분배라는 성격에 주목해 근로조건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요구가 파업과 결합할 경우다.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전형적인 근로조건을 넘어 기업의 이익 배분 방식과 투자 결정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쟁의행위가 활용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전략을 신속하게 결정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신규 공장 설립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와 바이오 등 첨단산업에서 어느 지역에 언제 얼마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구축할지는 막대한 자본과 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되는 고도의 경영판단이다. 경총은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호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해 신규 공장 설립 자체를 단체교섭 의제로 삼는 데 선을 그었다.

기업이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결정하면서 노조와 사실상 공동으로 사업전략을 협의해야 하는 구조가 굳어진다면 투자 의사결정은 느려지고 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쟁점은 노조의 권리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있다. 근로자의 정당한 임금·복지·근로환경 개선 요구와 기업의 존립 및 투자전략에 관한 경영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경총은 노동조합법상 노동쟁의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성과 배분이나 신규 사업·공장 설립처럼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해당하는 사안을 교섭 및 쟁의 대상에서 명확히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경총은 AI·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메가특구에 보다 유연한 노동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하고, 연구개발 인력과 스타트업 핵심인재에 대한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확대, 파견 대상 업무 확대 등도 제시됐다.

기업 경쟁력의 핵심은 결국 얼마나 빠르게 인재와 자본을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반도체와 AI처럼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바뀌는 산업에서 경직적인 노동제도와 상시적인 노사갈등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AI·반도체 대전환 시대의 기술패권 경쟁은 결국 인재를 얼마나 신속하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라며 노동유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업의 성과가 노동자에게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과 기업이 미래를 위해 이익을 재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충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경영성과의 배분과 기업의 투자·사업전략을 동일한 잣대로 다루는 순간 노사관계는 생산적인 협의가 아니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갈등의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와 기업의 경영권을 명확히 구분하는 제도적 기준이다. 정부와 국회가 이제 그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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