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도 쟁의 대상인가… 이 대통령 발언에 노란봉투법 ‘교섭 범위’ 논쟁 재점화
성과급도 쟁의 대상인가… 이 대통령 발언에 노란봉투법 ‘교섭 범위’ 논쟁 재점화
  • 정연진
  • 승인 2026.07.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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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쟁의 대상 너무 넓어져”… 고용부, 시행 초기 혼선 방지 위한 제도 정비 착수
노동계 “단체교섭권 제한” 반발… 경영계는 성과급의 임금성·교섭 대상 여부 명확화 요구

이재명 대통령이 영업이익과 연동한 성과급의 쟁의행위 대상 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노사관계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관련 기준 정비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정부가 행정적으로 교섭과 쟁의의 범위를 제한할 경우 노동기본권을 축소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성과급이 단체교섭의 대상인지, 이를 둘러싼 쟁의행위가 가능한지를 두고 정부 부처와 노동계, 경영계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정부가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초기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정 정비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취지로 밝혔다.

논란의 출발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성과급과 노동쟁의의 관계를 언급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이른바 ‘영업이익 N% 성과급’과 관련해 성과급이 쟁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노조의 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문제의식도 제기했다.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서면서 핵심 쟁점은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단체교섭 대상 여부로 좁혀지고 있다.

그동안 성과급은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주요 교섭 의제로 다뤄져 왔다. 특히 영업이익이나 경영성과에 따라 지급 규모가 결정되는 성과급은 최근 대기업 노조의 임단협에서 핵심 요구사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올해 삼성전자 노사 협상 과정에서도 성과급 지급 기준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시 노동계는 성과급 제도와 지급 기준을 교섭 의제로 삼았고,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노사 간 조정 절차를 진행한 뒤 노조의 쟁의권을 인정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노동계에서는 성과급이 이미 노사 간 교섭을 통해 논의돼 온 사안인 만큼 일률적으로 쟁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성과급이 교섭 대상이 아니라면 과거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와 쟁의권 인정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경영계와 산업계에서는 영업이익에 따라 지급 여부와 규모가 달라지는 성과급은 근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성과급을 단체교섭의 핵심 의제로 인정할 경우 기업의 경영 판단과 이익 배분에 관한 사항까지 노조의 쟁의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는 올해 초 나온 대법원 판결이 거론된다. 대법원은 삼성전자의 여러 성과급 가운데 초과이익에 연동된 ‘성과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영계는 이를 근거로 영업성과에 따라 지급 규모가 달라지는 성과급은 통상적인 임금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만 대법원 판결을 성과급 전반에 적용하기에는 법적 해석의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성과급은 지급 기준과 방식, 정기성, 고정성 등에 따라 법적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법원도 성과급의 구체적인 지급 조건에 따라 임금성을 다르게 판단해왔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노동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특정 성과급을 일괄적으로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성과급의 지급 구조와 노사 간 합의 내용에 따라 교섭 대상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특히 대법원의 성과급 관련 판결이 단체교섭 대상 여부를 판단한 것이 아니라 퇴직금 산정과 관련한 임금성을 판단한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 성과급이라고 해서 곧바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성과급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노사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뤄져 왔다는 점도 노동계가 내세우는 근거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과 규모는 임금협상과 함께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성과급을 교섭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그동안 이어져 온 노사 자율교섭의 관행을 바꾸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경영계에서는 노조의 쟁의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기업의 경영 판단까지 노동쟁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특히 영업이익과 연동된 성과급은 기업의 경영성과와 재무 상황에 따라 지급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임금과 동일한 기준으로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논쟁은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조의 교섭과 쟁의 범위를 둘러싼 해석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정부가 법 시행 초기 혼선을 막기 위해 세부 기준을 정비할 경우, 행정지침이나 시행규칙을 통해 쟁의 대상의 범위를 어느 수준까지 구체화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정부가 하위 규정을 통해 법률상 보장된 단체교섭권의 범위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정부가 쟁의 대상의 범위를 행정적으로 축소할 경우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확대하려 한 노동기본권의 취지가 약화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의 긴장감은 대형 국책사업을 둘러싸고 더욱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가 향후 주요 기업의 노사협상 의제로 등장할 경우, 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노동자의 교섭·쟁의권이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과 관련해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나 기간제 근로 확대 등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방안이 함께 논의될 경우 노동계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산업 경쟁력과 투자 확대를 위해 노동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강조해온 노정 협력 기조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성과급 논쟁은 특정 기업의 임단협을 넘어 향후 노사관계의 교섭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성과급의 법적 성격과 쟁의 대상 여부를 명확히 정리하는 과정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노정 관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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