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초호황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글로벌 D램 시장 선두 자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다시 벌리는 모습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971억달러로 전 분기보다 85.3% 증가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시장 전체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38.6%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글로벌 1위를 유지했다. 직전 분기보다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주요 메모리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점유율이 확대됐다.
반면 경쟁사들은 다소 주춤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32.9%에서 28.8%로 하락했고, 미국 마이크론도 22.8%에서 22.4%로 소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격차는 한 자릿수 수준에서 다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수준으로 확대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생산 능력과 제품 포트폴리오가 시장 지배력 강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특히 서버용 D램 출하가 크게 늘어난 데다 AI 서버에 탑재되는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가 증가하면서 수익성과 매출이 동시에 개선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약 38.5%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주요 경쟁사보다 높은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를 누렸으며 서버용 제품 비중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출 증가 폭에서도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의 1분기 D램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5% 이상 증가하며 370억달러를 넘어섰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성장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은 삼성전자에 미치지 못했다.
AI 시장 확대는 향후 메모리 경쟁 구도를 더욱 뜨겁게 만들 전망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앞두고 HBM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차세대 HBM4와 HBM4E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업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며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에 적용될 메모리 공급망에도 참여하며 AI 생태계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시장이 커질수록 결국 핵심은 메모리 공급 능력"이라며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생산 규모와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D램 시장에서 다시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AI 서버 증설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간 메모리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