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1부 |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다면…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할까?
12부 | 원사업자가 잠적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13부 | 경찰 조사 처음 받는다면 알아야 할 것들
14부 |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 허가 전에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5부 |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간 타인의 주거, 주거침입인가?
16부 | 타인을 사칭하여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도 처벌될 수 있다
글 | 홍승권 변호사, 법무법인 판 (skh@law-pan.com)
타인을 사칭하여 만들어진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지인들에게 말을 걸고 다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플랫폼에 신고해 계정을 삭제해도 며칠 뒤 똑같은 계정이 다시 생기는 일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았고, 과거에는 이런 행위를 형사처벌하기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이러한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되었음에도 아직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사목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대방의 이름, 명칭, 사진, 영상 또는 신분에 관한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그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규정한다. 2023년 7월 11일 개정으로 신설된 조항이다. 이러한 행위가 반복되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있다.
위 조항이 적용된 사례를 보자. 가해자는 고등학교 동창인 피해자가 블로그에 올린 사진을 발견한 뒤, 트위터에 그 사진과 함께 성적인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자신이 피해자인 것처럼 행세했다. 이러한 행위는 두 달 남짓 반복되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그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생길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위 조항은 가해자가 '피해자 본인인 것처럼' 행세하는 경우를 말한다. 반면 제3자를 사칭해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행위는 다른 조항으로 처벌된다. 즉 가해자가 갑인 것처럼 행세하며 을에게 반복적으로 연락한 경우에는 갑에 대한 스토킹 행위와 을에 대한 스토킹 행위 모두에 해당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피해자의 옛 직장 동료를 사칭하며 피해자의 아들에게 "엄마랑 같이 일하는 이모인데 엄마 어디 아프시니, 연락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경우 스토킹 범죄가 성립했다. 또한 전처에게 자신을 다른 사람이라고 속이며 사귀고 싶다는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거나 전화를 건 경우, 전 연인에게 연락대행업체 직원을 사칭해 여러 차례 연락한 사건에서도 모두 유죄가 인정되었다.
스토킹 범죄는 행위의 반복성을 바탕으로 피해자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여기에 사칭이라는 수단까지 사용한 경우에는 더욱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한다. 특히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 규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하여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건이 종결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상대를 사칭하거나 상대의 의사에 반해 메시지를 보내는 일은 비교적 쉽게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모두 스토킹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반대로 위와 같은 사례로 피해를 입었다면 무엇보다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사칭 계정의 아이디와 주소, 프로필과 게시물, 지인에게 보낸 메시지를 계정이 삭제되기 전에 화면 전체가 나오도록 캡처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날짜와 횟수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두면 이후 절차에 도움이 되며, 사안에 따라 상대방을 고소하거나 고소 전에 합의를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스토킹 범죄를 더욱 엄격하게 처벌하는 추세인 만큼, 스토킹 행위로 피해를 입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법의 보호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 소개
홍승권 변호사는 법무법인 판 소속 변호사로 민·형사 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