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LMR 대형 셀 상용화 돌파구… 전기차 배터리 정조준
LG엔솔, LMR 대형 셀 상용화 돌파구… 전기차 배터리 정조준
  • 이준성
  • 승인 2026.09.0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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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와 산소 반응 메커니즘 규명… 40Ah급 셀 883회 충·방전 후에도 초기 에너지 92.2% 유지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공개한 LMR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인터배터리에서 공개한 LMR 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후보로 주목받는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의 상용화를 가로막아온 ‘가스 발생’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확보했다. 특히 소재 자체를 변경하는 방식이 아니라 충·방전 전압과 셀 제조 공정을 최적화해 대형 셀의 안정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향후 전기차용 LMR 배터리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서울대학교 화학부 임종우 교수 연구진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LMR 배터리의 충·방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소의 거동과 가스 발생 및 용량 저하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LMR은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양극재로 꼽힌다. 코발트 사용을 줄이거나 배제하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망간을 주요 소재로 활용하면서도, 전이금속뿐 아니라 산소의 산화·환원 반응까지 에너지 저장에 활용해 높은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LMR이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전기차 시장에서 유력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로 거론돼 왔다. 실제로 GM은 향후 보급형 및 중장거리 전기차용 배터리 전략에서 LMR을 주요 후보로 검토하고 있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언급해왔다.

문제는 충·방전이 반복될수록 발생하는 산소의 비가역 반응이었다.

LMR은 높은 전압에서 충전될 때 양극재 내부의 산소가 산화되는데, 이 산소가 방전 과정에서 원래 상태로 충분히 돌아오지 못하면 소재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가스가 발생할 수 있다. 소형 셀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가능하지만, 전기차에 사용되는 대형 셀에서는 내부 여유 공간이 제한돼 가스가 압력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가스 발생은 셀의 팽창뿐 아니라 수명과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LMR의 대형 셀 적용을 어렵게 하는 핵심 요인으로 꼽혀왔다.

공동 연구진은 이 문제의 원인을 산소의 ‘가역성’에서 찾았다. 충·방전 과정에서 산소가 어떻게 산화되고 다시 환원되는지를 분석한 결과, 산소 회복 여부가 단순히 충전 상한 전압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방전 하한 전압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에서는 충전 상한 전압을 기존 4.6V에서 4.3V로 낮추자 산화된 산소의 환원율이 86%에서 97%까지 높아졌다. 또 방전 하한 전압을 3.0V에서 2.0V까지 낮춰 방전했을 때에는 산소가 거의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LMR 배터리의 수명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충전 조건만 조절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충전과 방전을 하나의 전기화학적 프로토콜로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구 결과를 실제 대형 셀에 적용했다. 연구진은 40Ah급 LMR 대형 셀을 대상으로 적정 구동 전압 범위를 다시 설정하고, 셀 제조 과정에서 중요한 활성화(Formation) 조건도 재설계했다. 특히 활성화 과정에서 온도를 낮추는 공정을 적용해 대형 셀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최적화된 조건으로 제조·구동한 40Ah급 LMR 대형 셀은 883회의 충·방전 평가를 거친 뒤에도 초기 에너지의 92.2%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LMR의 가능성을 실험실 수준의 소재 연구에서 실제 전기차 적용을 고려한 대형 셀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그동안 LMR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낮은 소재 비용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장기 수명과 가스 발생 문제가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산소 반응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셀의 제조 및 구동 조건을 함께 최적화함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LMR 기술을 차세대 배터리 포트폴리오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LMR 셀 케미스트리와 관련한 핵심 특허를 확보한 연구진을 ‘발명왕’으로 선정하며 관련 기술 개발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LMR 기술 경쟁이 단순히 양극재 소재 조성의 경쟁에서 벗어나 셀 설계와 충·방전 알고리즘, 제조 공정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기술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임종우 서울대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LMR의 열화 원인을 산소 가역성 측면에서 확인했으며, 별도의 소재 변경 없이도 전기화학적 프로토콜 설계를 통해 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대형 셀에서 문제가 돼온 가스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안정적인 수명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차세대 LMR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연구가 LMR의 전기차 적용 시점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LMR이 고가의 니켈·코발트 중심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 안정성을 확보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보급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새로운 배터리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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