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 팹, 2029년 ‘첫 완공’… 정부 초고속 건설 시동
호남 반도체 팹, 2029년 ‘첫 완공’… 정부 초고속 건설 시동
  • 정연진
  • 승인 2026.08.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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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군공항 2028년 중순까지 임시 이전… 삼성·SK하이닉스 4개 팹 추진, 전력·용수 인프라도 조기 구축
호남 반도체 팹 상상도/ Korea IT Times
호남 반도체 팹 상상도/ Korea IT Times

정부가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반도체 팹을 2029년까지 완공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처음 제시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다. 광주 군공항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부지를 조기에 확보하고,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 구축을 동시에 진행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전날 열린 ‘3대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 결과를 보고하며 “2029년 반도체 팹 1차 완공을 목표로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산업단지 수립 계획 등을 빠른 속도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호남 반도체 팹의 완공 시점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임기 내 완공’이라는 큰 방향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목표 연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를 통해 정부가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단순한 장기 산업단지 사업이 아니라 현 정부 임기 내 가시적인 생산시설을 확보해야 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설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추진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개씩, 총 4개의 팹을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전체 4개 팹을 한꺼번에 완공하기보다는 우선 1~2개 팹을 1차 완공 대상으로 삼고 사업 여건에 따라 순차적으로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여건이 갖춰질 경우 2029년 말까지 팹 1개를 먼저 완공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팹이 들어설 부지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후보지로 지정된 광주 군공항 부지는 약 250만평 규모다. 이곳은 기존 군사시설을 이전한 뒤 국가산업단지로 개발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민간 산업단지보다 선행 절차가 복잡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열린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국방부에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2028년 중순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광주 군공항의 기능을 임시 이전하는 동시에 무안 군공항 건설도 추진해 군사 기능 이전과 산업단지 조성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군공항 부지가 확보되면 팹 건설을 위한 토지 조성과 설계·인허가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정부가 2028년 부지 인도와 동시에 팹 건축에 들어가 2029년 1차 완공을 추진하는 이유다.

다만 군공항 이전은 사업 일정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광주 군공항은 한미 공동운영기지 성격을 갖고 있어 주한미군과의 협의도 필요하고, 군사시설을 다른 기지로 분산 배치하는 과정에서도 시간이 필요하다. 군 당국의 전력 운용 여건과 안보 공백 여부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군공항 이전만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에서 가능한 행정 절차부터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월에는 국가산업단지 입주 협약을 추진하고 11~12월에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산업단지 인허가와 설계를 마무리하고 일부 부지 정비에 착수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이후 2028년 광주 군공항 부지를 인도받는 즉시 팹 건설에 들어가 2029년 1차 완공한다는 것이 정부의 시간표다. 이 일정이 현실화될 경우 실제 건축에 투입되는 기간은 상당히 짧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을 속도전의 사례로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은 2022년 4월 착공 이후 약 22개월 만에 완공됐다.

다만 광주 프로젝트는 구마모토와 조건이 다르다는 점도 변수다. 구마모토는 기존 산업·농업용지를 활용해 비교적 빠르게 착공할 수 있었지만, 광주는 군사시설 이전과 국가산단 조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와 단순 비교하기보다는 부지 인도와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이 실제로 얼마나 동시에 진행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팹 건설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전력과 용수 확보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공장 건축이 끝나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가동이 어렵다. 정부는 호남 반도체 산단에 대한 1단계 전력 공급 시점을 2028년 말로 앞당기고, 2030년까지 하루 65만t 규모의 용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공급은 지역 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열병합 및 LNG 발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산업부는 1단계 지중선로 공사 기간을 단축하는 등 전력망 구축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팹 건설 자체보다 오히려 전력망과 용수 공급망 구축이 전체 일정의 병목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가 단순히 공장 몇 개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전력·용수·도로·물류·주거·교육·의료시설을 함께 갖춰야 하는 장기 산업 생태계 사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반도체 팹을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수십 년간 운영될 산업도시를 만드는 사업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생산시설뿐 아니라 근로자 정주 여건과 교통, 연구개발 인프라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민간 부문의 투자 계획도 호남 클러스터 조성의 중요한 동력이다.

삼성은 지난 6월 광주에 약 400조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팹 2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호남 지역 전체에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미래에너지 등을 포함해 총 42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호남 지역에 팹 2기를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함께 총 4개 팹 규모의 클러스터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호남 클러스터를 조기에 가동하려는 배경에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새로운 생산거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도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기존 수도권 반도체 거점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차세대 클러스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팹 건설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소재·부품·장비 및 팹리스 생태계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개발부터 실증, 양산까지 협력하는 ‘함께 성장 프로젝트’를 향후 10년간 1조원 규모로 추진하고, 수출 소부장 기업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상생 무역금융 5조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반도체 유망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에 투자하는 약 5조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펀드도 조성할 예정이다.

이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단순 생산시설 집적지가 아니라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개발 기관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구체적인 완공 시점을 제시했다는 것 자체가 사업 추진의 중요한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는 대규모 투자 계획에 비해 실제 부지와 인프라 구축 일정이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반면 2029년 완공 목표가 상당히 도전적인 일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광주 군공항 이전, 국가산단 계획 수립, 인허가, 부지 정비, 전력망과 용수 공급망 구축을 사실상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공항 이전과 기업별 팹 배치 계획이 확정돼야 도로·송전선·용수관 등 기반시설의 구체적인 설계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2029년은 전체 4개 팹이 모두 가동되는 시점이라기보다 1~2개 팹을 우선 완공해 클러스터 가동의 첫 단추를 끼우는 시점에 가깝다. 이후 부지와 인프라가 확보되는 대로 나머지 팹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광주·전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새로운 반도체 거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2029년이라는 목표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군공항 이전과 국가산단 조성, 전력·용수 공급, 기업 투자 결정 등 여러 선행 과제를 한꺼번에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2년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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