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한국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글로벌 무역 판도에서 존재감을 다시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이 전체 수출을 끌어올리는 ‘엔진’ 역할을 하면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수출 순위 5위 안착이 유력해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3월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7.8% 증가한 2199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간 수입은 1694억 달러로 10.9% 늘었지만, 무역수지는 504억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수출 증가 속도가 수입을 압도하면서 ‘질적 회복’까지 동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실적을 견인한 핵심은 단연 반도체다. 전체 수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 반도체는 139% 급증한 785억 달러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가 시장을 사실상 주도했다. D램은 가격 상승과 고성능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249.1% 증가했고, 낸드 역시 300%를 훌쩍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까지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며 산업 전반의 체력을 끌어올렸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경기 반등을 넘어 ‘슈퍼사이클’ 진입 신호로 해석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폭발적으로 자극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상용차 수출은 크게 늘었지만, 승용차와 승합차가 감소하면서 전체적으로는 소폭 감소세를 기록했다. 전통 주력 산업 내에서도 품목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성장 분야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바이오헬스는 글로벌 의약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증가세를 유지했고, 이차전지 역시 소재 가격 상승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따라 성장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양극재 수출이 감소하는 등 소재 분야에서는 일부 조정 국면도 감지된다.
수출 구조 다변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났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변압기·전선 등 전기기기 수출이 증가했고, 비철금속 역시 글로벌 수요 회복에 힘입어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소비재 부문에서는 K-뷰티와 K-푸드가 꾸준히 해외 시장을 확장하며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입 구조 역시 변화가 감지된다. 에너지 가격 안정으로 관련 수입은 감소한 반면, 반도체 장비 등 자본재 중심의 수입이 늘어나며 향후 생산 확대를 위한 선행 투자 성격이 강해졌다는 평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의 글로벌 수출 순위도 한 단계 상승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으로 한국은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5위를 기록했으며, 일본을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 분기 기준으로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경쟁력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