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뉴런 수천개를 한 번에 본다”… 하버드 연구진, 반도체 기반 신경측정 기술 공개
“뇌 속 뉴런 수천개를 한 번에 본다”… 하버드 연구진, 반도체 기반 신경측정 기술 공개
  • 정소연
  • 승인 2026.06.0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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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내부 전기신호 동시 측정 성공... 뇌 모사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 가능성 주목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두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SK 제공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열린 최종현학술원 주최 특별강연에서 함돈희 하버드대 공학 및 응용과학부 석좌교수가 ‘두뇌의 재구성’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SK 제공

인간 뇌의 작동 원리를 반도체 칩 위에서 정밀하게 읽어내는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수천 개 뉴런 내부의 전기 신호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반도체 기반 플랫폼을 개발하면서 차세대 인공지능(AI)과 뉴로모픽 컴퓨팅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종현학술원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빌딩에서 함돈희 교수를 초청해 특별강연을 개최했다고 1일 밝혔다.

함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신경과학과 반도체 공학을 융합한 최신 연구 성과를 소개하며, 인간 뇌의 정보처리 방식을 차세대 컴퓨팅 구조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개발 현황을 설명했다.

핵심은 연구팀이 개발한 ‘iMEA(Intracellular Microelectrode Array)’ 시스템이었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 위에 형성된 초미세 전극을 활용해 살아있는 뉴런 내부의 전기 신호를 대규모로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기존 신경과학 연구에서는 정밀성과 확장성 사이의 한계가 뚜렷했다. 패치 클램프(Patch Clamp)는 세포 내부 전기신호를 매우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동시에 분석 가능한 뉴런 수가 극히 적었다. 반대로 마이크로 전극 어레이(MEA)는 수천 개 뉴런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지만 세포 외부 신호만 읽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함 교수는 “기존 기술은 ‘정밀하게 보기’와 ‘많이 보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며 “우리는 개별 세포 수준의 정보와 대규모 신경망 분석을 동시에 구현하는 방향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반도체 공정 기술을 활용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홀(hole)’ 구조 전극을 칩 위에 집적했다. 뉴런이 이 구조 위에 자리 잡으면 전극 주변이 밀봉되고, 여기에 미세 전류를 흘려 세포막을 순간적으로 열어 세포 내부 전기 신호를 직접 읽어내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세포와 전극 사이의 전기적 상호작용을 최적화하는 회로 설계가 핵심 역할을 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기존 전극 어레이 방식으로는 사실상 측정이 어려웠던 세포 내부 신호를 대규모로 동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도 주목된다. 연구팀은 반도체 칩 위에서 배양한 쥐 뉴런을 활용해 약 4000개의 전극 가운데 평균 3600개 이상에서 동시에 세포 내부 신호를 확보했다. 최대 측정 성공률은 97% 수준이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약 7만개 규모의 기능적 시냅스 연결 지도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뉴런 간 연결 구조와 신호 흐름을 사실상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한 셈이다.

함 교수는 특히 시냅스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뇌의 학습과 기억은 뉴런 자체보다 뉴런 간 연결 구조인 시냅스를 통해 이뤄진다”며 “시냅스 연결 강도와 변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인간 뇌의 정보처리 원리를 밝히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이번 기술이 단순 신경과학 연구를 넘어 AI 반도체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인간 뇌의 연결 구조와 학습 방식을 모사하는 뉴로모픽 컴퓨팅 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기존 AI 반도체가 대규모 연산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면, 뉴로모픽 반도체는 인간 뇌처럼 적은 전력으로 학습·추론을 수행하는 차세대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번 iMEA 기술은 실제 생물학적 신경망의 작동 원리를 초고해상도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뉴로모픽 칩 설계의 핵심 기반 기술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함 교수는 “결국 목표는 인간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라며 “신경과학과 반도체 기술의 융합이 미래 AI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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