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연내 긴축 전환 신호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며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경기 방어에서 물가·금융안정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여덟 차례 연속 동결 결정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 회의 직후 나온 신 총재의 발언에 집중됐다. 신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웃돌 가능성이 크고 성장 흐름도 예상보다 견조하다”며 “적절한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첫 금통위에서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매파적 동결’ 가능성이 거론돼 왔는데, 실제로 한은이 예상보다 강한 긴축 메시지를 내놓았다는 평가다.
신 총재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물가와 성장, 환율, 부동산 모두 정책 방향이 비교적 명확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상 필요성을 둘러싼 정책 딜레마가 크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세를 한국 경제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그는 “현재 반도체 호황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강한 성장률 상향 조정이 향후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 총재는 반도체 호황이 소비와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삼성전자 성과급 확대가 소비 여력을 키우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강경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환율 쏠림 현상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필요한 수단과 의지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정세와 글로벌 달러 강세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역시 주요 경계 요인으로 언급됐다.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대출 증가 흐름이 다시 확대될 경우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실제 금리 인상 시기와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신 총재는 “최종 금리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며 “앞으로 발표될 경제 지표와 물가 흐름을 계속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동결 배경으로는 중동 지역 지정학 리스크도 제시됐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흐름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한국은행의 정책 방향이 사실상 ‘긴축 재개 모드’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현실화하면서 채권시장과 외환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