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지난해 11월 벤츠 회장 회동 후 삼성SDI 초대형 계약 성사
21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한 파운드리 경영진과 회동했다.
삼성전자와 퀄컴의 이번 회동은 단순한 위탁생산 협의를 넘어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 경쟁과 공급망 재편 흐름을 반영한 상징적 이벤트로 평가된다. 특히 차세대 2나노 공정을 둘러싼 양사의 협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몬 CEO는 한 사장 등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경영진과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생산을 삼성의 2나노 공정에 맡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퀄컴은 2021년까지 삼성전자에 첨단 칩 생산을 맡겼으나, 이후 수율과 발열 문제를 이유로 주요 물량을 TSMC로 이전한 바 있다.
이번 접촉은 이러한 흐름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퀄컴 입장에서는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삼성전자와의 협력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며 가격 협상력과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삼성전자에게는 이번 논의가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 파운드리 사업은 그간 첨단 공정에서의 낮은 수율 문제로 글로벌 고객 신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2나노 공정에서 성능과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대형 고객사인 퀄컴의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단순한 물량 확보를 넘어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 경쟁력과 신뢰도를 시장에 재입증하는 ‘레퍼런스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기대감은 최근 이재용 회장이 메르세테스 벤츠 경영진과의 회동 이후 삼성SDI가 대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낸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총수 차원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진 전례가 확인된 만큼, 이번 퀄컴과의 협력 논의 역시 대형 파운드리 계약으로 구체화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다만, 아몬 CEO와 이 회장의 회동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도 양사 협력의 배경으로 꼽힌다. 온디바이스 AI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고성능 AP와 첨단 공정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설계 기업과 제조 기업 간 전략적 협업은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퀄컴이 모바일을 넘어 AI·자동차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첨단 공정 확보는 경쟁력의 핵심 변수다.
IT업계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단순한 협의 단계를 넘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가능성과 직결된 분수령으로 평가된다”며 “업계에서는 퀄컴의 최종 선택이 2나노 시대 파운드리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양사 간 협력이 실제 대형 수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