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 주식을 처음으로 개인 명의로 직접 매입했다. 최근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회사의 장기 성장성에 대한 신뢰를 시장에 직접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통해 최 회장이 보통주 3620주를 장내에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종가인 132만2000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매입 규모는 약 47억9000만원 수준이다.
이번 매수는 단순한 지분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최 회장은 지주회사인 SK㈜와 SK스퀘어를 통해 SK하이닉스를 지배해왔지만, 개인 명의로 SK하이닉스 주식을 보유한 적은 없었다. 이번 거래를 통해 처음으로 직접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0.0%를 보유한 SK스퀘어다. 경영진 가운데서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1만4312주, 차선용 미래기술연구원장이 6834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입을 '책임경영'과 '주가 신뢰 회복'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AI 반도체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겹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6일 종가 184만2000원에서 이날 132만2000원으로 약 28% 떨어졌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도 목표주가를 잇달아 조정했다.
최 회장의 이번 행보는 이달 중순 직접 밝힌 장기 투자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SK하이닉스 주가 전망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결국 우상향할 것"이라며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당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기보다 꾸준히 보유하는 것이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던 최 회장은 불과 2주 만에 실제 자금을 투입해 자신의 발언을 행동으로 옮겼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낙관적 전망을 넘어 최고경영자가 직접 기업가치에 베팅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SK하이닉스에 대해 "AI 메모리 시장의 장기 성장성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매수 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최 회장까지 직접 주식을 매입하면서 중장기 기업가치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