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파업 기로 선 포스코… 노조 결속·실적 부진·직고용 갈등 '삼중 압박'
창사 첫 파업 기로 선 포스코… 노조 결속·실적 부진·직고용 갈등 '삼중 압박'
  • 이준성
  • 승인 2026.07.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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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의 행위 찬성률 92%로 역대 최고 수준 달해
무분규 57년 역사 시험대, 막판협상 여부 촉각
포스코 사옥/ 포스코 제공
포스코 사옥/ 포스코 제공

포스코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실제 파업 가능성이 현실화되면서 철강업계 안팎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무분규 전통이 처음으로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조의 강경한 기조와 악화된 경영환경이 맞물리면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노동조합은 최근 실시한 임금교섭 관련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17%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이는 지난해 찬성률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노조 내부의 결속력이 한층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게 된다.

포스코는 지난 1968년 창사 이후 지금까지 임단협 과정에서 여러 차례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실제 생산라인이 멈추는 파업은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노사는 철강 생산이 자동차, 조선, 건설, 기계 등 국내 핵심 제조업 전반과 직결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마지막 순간까지 협상을 이어왔고, 결국 극적인 합의를 통해 분규를 피하는 사례를 반복해 왔다.

이 같은 무분규 문화는 포스코가 국내 제조업계의 대표적인 노사 협력 사례로 평가받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노조 내부에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도 쟁의권 확보 직전까지 협상이 진행됐지만 당시 찬반투표 찬성률은 70%대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는 90%를 훌쩍 넘기면서 노조가 실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올해 협상 분위기를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는 회사가 발표한 협력사 직원 직고용 계획이 꼽힌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조업지원 협력사 현장 근무자 약 7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회사는 고용 안정과 안전관리 강화, 생산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는 절차적 문제와 인사·복지 체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노조는 회사가 직고용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신규 직고용 인력과 기존 직원 간 임금체계와 복리후생, 승진 기준, 인사관리 방식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조직 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직고용 문제가 단순한 인력 운영 이슈를 넘어 노사 간 신뢰 문제로 확대되면서 협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회사 역시 협상에서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 철강시장은 중국의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철강 관련 무역 규제와 관세 정책,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포스코 역시 이러한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1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4%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 역시 철강 판매 회복이 제한적인 데다 원가 부담이 이어지고 있어 실적 개선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확대될 경우 회사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에서 실제 파업이 발생할 경우 영향은 회사 내부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는 국내 자동차와 조선, 건설, 가전, 기계 산업에 철강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업인 만큼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제조업 전반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급 강재와 자동차용 강판 등 일부 제품은 단기간에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고객사의 생산 일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철강산업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이라는 점에서 창사 이후 첫 파업이라는 상징성이 시장과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포스코 노사는 오랜 기간 협상 막바지에서 극적인 타결을 이뤄온 경험이 있으며,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회사와 노조 모두에게 상당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

노조 역시 장기 파업이 이어질 경우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이 불가피하고, 회사도 생산 차질과 고객 신뢰 하락, 경영 부담 확대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 때문에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과정과 향후 추가 교섭에서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노사 협상의 핵심 변수는 다음 주 공개될 예정인 포스코의 2분기 실적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경우 회사가 임금 인상 폭을 확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반면, 노조는 생계비 부담과 처우 개선 필요성을 앞세워 요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노조의 결속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고 회사 역시 실적 부진으로 협상 여력이 제한된 상황"이라며 "다만 창사 이후 이어져 온 무분규 전통의 상징성이 큰 만큼 노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를 이어가며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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