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응급의료기관의 경영난을 덜기 위해 KB국민은행이 1,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투입한다. 의료진 인건비와 응급실 시설 개선은 물론 기존 금융기관 차입금 상환에도 사용할 수 있어 재정 부담이 커진 비수도권 응급의료기관에 실질적인 자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은행은 오는 13일부터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26년 응급의료기관 융자사업’의 취급은행으로 참여해 비수도권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이번 사업은 수도권과 비교해 의료 인력과 시설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의 운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응급실은 24시간 운영이 필수적인 만큼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큰 데다,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에서는 경영 악화가 응급의료 서비스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정책금융의 의미가 크다.
지원 대상은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비수도권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이다.
기관별 지원 한도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최대 40억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최대 20억원, 지역응급의료기관 최대 10억원이다. 대출금리는 연 2% 고정금리가 적용되며, 응급의료 취약지역에 위치한 기관은 연 1%의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상환 조건도 장기다. 5년 동안 원금 상환을 유예한 뒤 10년에 걸쳐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당장 현금 흐름이 악화된 의료기관이 단기간에 원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자금 사용처 역시 폭넓다. 응급실 시설 개선과 의료진 인건비뿐 아니라 금융기관 차입금 대환 등 의료기관의 운영 안정화를 위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시설 투자에 그치지 않고 의료기관이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비용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지역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금융권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응급의료기관의 경영 악화가 단순히 개별 병원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응급의료 접근성과 직결되는 만큼 금융을 통해 의료 인프라의 안정성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사업을 일회성 지원으로 보지 않고 의료 분야 정책금융 참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도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의료기관 융자사업의 취급은행으로 참여한 바 있다.
이번에도 전국 영업점을 통해 대상 의료기관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정책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관이 안정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금융지원을 이어가겠다”며 “앞으로도 의료 현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지원을 통해 지역 의료체계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1,000억원이 단순한 대출 재원이 아니라 지역 응급실의 ‘운영 시간을 지키는 자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 인력 확보와 시설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지역 간 응급의료 격차를 줄이는 데 금융권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