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낮춰 잡고도 삼성전자 40만원…미래에셋증권이 HBM을 보는 이유
환율 낮춰 잡고도 삼성전자 40만원…미래에셋증권이 HBM을 보는 이유
  • 정소연
  • 승인 2026.09.08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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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익 전망 낮추고 목표가는 동반 상향
범용 D램보다 HBM 성장에 무게…GPU 넘어 ASIC으로 고객 다변화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를 형상화한 이미지. AI 가속기 시장이 GPU에서 빅테크의 자체 AI칩으로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 생성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를 형상화한 이미지. AI 가속기 시장이 GPU에서 빅테크의 자체 AI칩으로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AI 생성 이미지

원화 강세는 반도체 수출기업에 달갑지 않은 변수다. 달러로 벌어들인 돈을 원화로 환산하면 실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에셋증권은 원·달러 환율 전망을 크게 낮추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오히려 올렸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 7일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37만원에서 40만원으로, SK하이닉스는 280만원에서 310만원으로 각각 상향했다. 두 회사 모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실적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1553원에서 1400원으로 낮추면서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5.7%, 4.2% 하향했다. SK하이닉스도 각각 4.8%, 5.6% 낮췄다.

실적을 낮춰 잡았는데 주가 눈높이는 높인 셈이다.

그 간극에 HBM(고대역폭메모리)이 있다.

 

범용 D램 둔화돼도 HBM은 다르다

미래에셋증권이 보는 내년 메모리 시장의 그림은 비교적 분명하다.

범용 D램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는 한풀 꺾일 수 있지만 HBM은 출하량과 가격이 함께 오른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HBM 비트 출하량 증가율을 57%,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을 49%로 예상했다. HBM이 전체 D램 가격과 실적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SK하이닉스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예상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이 특히 눈여겨본 것은 HBM을 사가는 고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HBM 시장은 엔비디아의 GPU 성장과 함께 커졌다. 이제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등 빅테크가 자체 AI 가속기 개발에 뛰어들면서 ASIC(주문형반도체) 쪽에서도 HBM 수요가 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빅테크 ASIC의 칩당 HBM 탑재량은 216~288GB 수준으로 올라왔고 HBM3E 12단에 이어 HBM4 채택도 시작됐다. 김 연구원은 이런 변화가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HBM 시장 선두인 SK하이닉스에 유리하다고 봤다.

 

HBM4에서는 메모리 업체 역할도 달라진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번 보고서에서 가격이나 출하량 못지않게 강조한 부분이 하나 더 있다. HBM의 기술 변화다.

AI 모델이 한 번에 처리하는 정보량이 늘고 속도가 빨라질수록 GPU 자체의 연산 성능만큼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해진다.

HBM4 이후에는 이런 변화가 더 뚜렷하다. 베이스 다이에 메모리 컨트롤러 기능을 넣는 커스텀 HBM과 웨이퍼 본딩 기술이 확대되면 메모리 업체가 담당하는 영역도 넓어진다.

김 연구원은 "대역폭을 높이는 수단이 베이스 다이 제조와 웨이퍼 본딩으로 옮겨가면 메모리 제조사의 주도권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메모리 업체의 경쟁이 얼마나 많은 D램을 싸고 효율적으로 생산하느냐에 집중됐다면 HBM에서는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AI칩 업체와 함께 제품 구조를 설계하고 패키징과 대역폭을 맞추는 능력까지 경쟁력이 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4 이후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목표가는 달라도 HBM 방향에는 공감대

물론 미래에셋증권의 목표주가가 증권가의 공통된 눈높이는 아니다.

최근 한 달간 증권사들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는 35만원에서 60만원, SK하이닉스는 21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벌어져 있다. 범용 D램 가격과 AI 투자 사이클, 금리, 밸류에이션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계산이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HBM을 보는 방향은 의외로 비슷하다.

AI 투자가 GPU에서 ASIC으로 넓어져도 고성능 AI칩에는 HBM이 필요하다. 어떤 AI칩이 시장을 가져가느냐와 별개로 AI 연산량이 늘어나는 것 자체가 HBM 시장에는 우호적이라는 얘기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목표주가 상향도 이 대목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를 반영해 이익 전망은 낮췄다. 대신 HBM의 탑재량 증가와 가격 상승, ASIC으로의 고객 확대, HBM4 이후 기술 변화를 더 길게 봤다.

삼성전자 40만원과 SK하이닉스 310만원이라는 숫자보다 눈여겨볼 부분도 여기에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금의 메모리 호황을 단순한 D램 가격 상승 사이클보다는 AI가 메모리를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지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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