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변호사 칼럼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0부)
홍승권 변호사 칼럼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0부)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6.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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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글 | 홍승권 변호사, 법무법인 판 변호사(skh@law-pan.com)


국제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배우자가 집을 나가 연락이 끊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대로 한국인 배우자가 폭언과 폭력을 행사한다면 어떨까. 이번에는 국제결혼 후 단기간에 혼인이 파탄된 경우, 어떻게 이혼을 할 수 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혼은 크게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분류한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함께 법원에 출석해 의사를 확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가출해 행방을 알 수 없거나, 폭력 때문에 도저히 한자리에 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 절차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한쪽이 상대방을 피고로 삼아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재판상 이혼으로 갈 수밖에 없다. 부부 중 한쪽이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민이라면, 우리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우리 민법 제840조에서는 재판상 이혼 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는 제2호(악의의 유기) 또는 제5호(배우자의 생사불명)가 주로 사용된다.

악의의 유기란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리는 것을 말한다. 결혼 후 별다른 이유 없이 곧바로 집을 나가 연락을 끊는 것이 전형적인 예이다. 배우자의 생사불명이란 말 그대로 배우자가 3년 이상 생사가 불명인 경우를 말한다. 집을 나가서 3년 이상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이런 경우 그전에 악의의 유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굳이 3년을 기다렸다가 배우자의 생사불명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 이혼 소송은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으니 공시송달의 절차로 이루어지게 된다. 

공시송달이란, 상대방의 주소나 거처를 알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 등에 서류를 게시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송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를 상대로 한 이혼소송 상당수가 이 방법으로 진행된다. 다만 주소 파악을 위한 사실조회 등 법원이 요구하는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공시송달이 허가되므로, 막연히 연락이 안 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공시송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배우자의 폭언·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외국인 배우자는 제3호(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나 제6호를 사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특히 제6호는 혼인관계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폭넓게 인정되는 일반 조항이므로 제3호의 입증이 어렵다고 해도 제6호를 근거로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는 제3호의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제6호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가 있다. 집을 나간 배우자도 거꾸로 이혼을 청구할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어렵지만, 예외적으로 가능할 수 있다. 이것은 유책배우자, 즉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사람의 이혼 청구가 가능한지의 문제이다. 가출한 외국인 배우자가 오히려 제6호를 들어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유책주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그 파탄을 이유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대방 역시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시간이 흘러 양쪽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유책성이 약화된 경우, 혼인 파탄의 책임이 양쪽 모두에게 있는 경우 등에는 유책배우자라고 하더라도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배우자가 가출한 지 오래되어 혼인의 실체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파탄되었고, 남은 책임을 따지는 것이 더 이상 의미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필자 소개
홍승권 변호사는 법무법인 판 소속 변호사로, 민·형사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제기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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