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썼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며 수출 전반을 끌어올린 결과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023억 달러(약 158조원)로 전년 동월 대비 70.9% 증가했다. 수입은 661억 달러로 30.1% 늘었으며, 무역수지는 361억5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월간 무역흑자가 3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성과로 한국은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월 수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국가가 됐다. 특히 반도체 업황 회복과 고부가 제품 중심의 수출 구조 개선이 맞물리며 전체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수출 증가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448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200% 가까이 급증했고, 사상 처음으로 월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 수요 확대와 가격 상승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컴퓨터 수출도 AI 서버 투자 확대에 따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300% 이상 급증하며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주력 제조업 전반도 개선 흐름을 보였다. 무선통신기기는 신제품 효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고, 자동차는 생산 안정화 영향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선박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으로 단가가 상승하면서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에너지 및 소재 부문도 국제 가격 상승 영향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석유제품과 비철금속은 높은 가격 효과로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일부 품목은 물량 감소가 동반되며 구조적 과제를 드러냈다. 석유화학과 자동차 부품 등은 글로벌 수요 둔화와 현지 생산 확대 영향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별로는 주요 수출 시장이 모두 강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미국과 중국은 각각 200억 달러 수준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나란히 큰 폭으로 증가했고, 아세안과 유럽연합(EU) 역시 반도체와 선박, 자동차 등의 호조로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반면 중동 지역은 일부 품목 부진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번 수출 호조로 상반기 전체 수출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AI 투자 확산과 반도체 업황 회복이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수출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자동차와 일부 중간재 품목의 부진, 지역별 편차 확대는 향후 과제로 지목된다.
무역수지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상반기 누적 무역흑자는 13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에너지 수입 증가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가 이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록을 단순한 경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인 산업 경쟁력 회복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 공급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동시에 특정 품목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수출 다변화 전략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와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에너지·소재·소비재 등으로의 수출 구조 확장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