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1부 |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다면…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할까?
12부 | 원사업자가 잠적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13부 | 경찰 조사 처음 받는다면 알아야 할 것들
14부 |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 허가 전에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5부 |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간 타인의 주거, 주거침입인가?
16부 | 타인을 사칭하여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도 처벌될 수 있다
18부| 누수가 발생해 공사를 해야 할 때, 임차인이 공사 방법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
글 | 홍승권 법무법인 판 변호사 (skh@law-pan.com)
겨울철 온수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래층 주택의 천장으로 물이 새는 상황에서 해당 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이 공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임대인이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이 공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
실제 사례에서는 배관의 하자로 인해 전체 배관을 교체해야 했다. 이에 임대인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배관 전체를 교체하려 했지만, 임차인은 전체 배관을 교체하면 공사 규모가 커져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배관 일부만 보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글에서는 민법 제624조와 제625조를 중심으로 임차인에게 부분 보수만을 요구할 권리가 있는지 살펴본다.
임대인의 보존행위란 임대물의 현 상태를 유지하고 하자를 제거하기 위해 임대인이 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민법 제623조는 임대인에게 계약 존속 중 임대물을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로 유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판례도 건물의 주요 구성 부분에 대한 수리나 기본 설비의 교체 등 대규모 수선은 임대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임대인은 그 의무를 이행할 방법까지 선택할 수 있을까? 임차인이 그 방법을 원하지 않는다면 공사를 거부할 수 있을까?
민법 제624조는 “임대인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를 하는 때에는 임차인은 이를 거절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공사비를 부담하는 임대인이 수리 방법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점, 기술적 판단은 전문업체의 의견에 따라야 하며 거주자의 주관적 선호가 이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임대인이 전문업체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리 방법을 결정한 경우 임차인은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배관의 하자로 인해 전체 교체가 필요하다면 임차인은 부분 보수만을 요구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임차인에게 아무런 보호 수단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아래의 두 가지 수단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먼저 임차인은 임대인이 선택한 수리 방법이 임대물의 보존에 필요한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다. 또한 민법 제625조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의사에 반해 보존행위를 하고, 이로 인해 임차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수리로 인해 임차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입증해 임대차계약을 조기에 해지할 수 있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이 계속해서 공사를 거부할 경우 먼저 내용증명을 통해 공사의 필요성과 일정을 알리고, 협의를 위해 노력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 그런데도 임차인이 반복해서 공사를 거부한다면 공사 협조 또는 출입 허용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다. 임대인은 임차인이 점유하고 있는 주거에 강제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본안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아래층 주택의 피해가 계속 확대되는 상황이라면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의 명령을 위반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간접강제를 함께 신청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필자 소개
홍승권은 법무법인 판 소속 변호사로, 민사·형사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