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순서
Part 1 | 홍승권 변호사의 "AI가 들어온 법조 현장"
Part 2 | 변호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글 홍승권 | 판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skh@law-pan.com)
변호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변호사, 그리고 그렇지 않은 변호사다. 앞으로는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질 것 같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도 않다. 지금 주변만 둘러봐도 AI를 거의 쓰지 않는 변호사들이 분명히 있다.
한번은 문득 궁금해져서 “왜 AI를 쓰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한 변호사 친구가 이렇게 답했다. “처음엔 AI를 많이 썼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게 내가 아는 건지 AI가 아는 건지 헷갈리더라. 그래서 그만뒀어.” 나는 이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구글 검색만으로도 대부분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아는 것’과 ‘내가 모르는 것’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말을 마음에 새긴 채, 오히려 AI를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로 했다. 단, 무작정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점검하고 검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AI 도구를 두 가지만 꼽는다면 ‘슈퍼로이어(Superroyer)’와 ‘챗GPT(ChatGPT)’다. 두 서비스 모두 유료로 구독하고 있고, 실무에서 거의 상시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두 도구의 쓰임은 분명히 다르다.
슈퍼로이어는 법률 AI로서 자체 판례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래서 챗GPT에서 비교적 자주 발생하는 ‘환각(hallucination)’이 상대적으로 드물다. 또한 법률 AI인 만큼, 법조문이나 법리의 출처를 비교적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나는 슈퍼로이어를 가장 많이 쓰는 순간이 있다. 지금 당장 쟁점이 되는 사건을 정리하고, 유사한 사례에 대한 판결이 있는지 확인할 때다. 더 나아가 특정 사건이 어떤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방향성을 제공한다. 참고로 법제처 기준으로 2026년 1월 5일 현재 시행 중인 법령은 163,590개에 달한다고 한다.
반면 챗GPT는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해 사람과 유사한 자연어를 생성하는 AI다. 그만큼 슈퍼로이어보다 활용 범위는 훨씬 넓지만, 동시에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한계도 분명하다.
예를 들어 챗GPT에게 당면한 법적 쟁점을 물으면 답변 자체는 빠르게 제시한다. 하지만 그 근거로 제시되는 판례나 법조문, 법리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출처가 불명확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질문의 방향을 조금만 바꿔도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사안이 복잡할수록 사건의 핵심을 오해하거나 사실관계를 잘못 이해하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그럼에도 챗GPT는 데이터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특정 법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해결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실제로 나 역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던 문제에서 실마리를 얻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종합하면, AI 도구는 분명히 유용하며 앞으로 더 유용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동시에 한계 또한 뚜렷하다는 점을 체감한다. 아무리 유사 판례를 잘 찾아주고, 법조문과 법리를 정교하게 정리해준다 해도, 실제 사건을 판단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판단이란 결국 당사자들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여기에는 문장으로 완전히 표현하기 어려운 사건의 맥락, 당사자의 감정, 관계의 역학 같은 요소들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법률적 구조만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AI를 활용하며 직접 경험했던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변호사의 ‘판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