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 고조에 유가·환율 동반 요동…에너지 리스크가 달러-원화 경로 바꾼다
중동 긴장 고조에 유가·환율 동반 요동…에너지 리스크가 달러-원화 경로 바꾼다
  • 연철웅
  • 승인 2026.03.0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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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리스크와 원화 가치 변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외환시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시장의 초점은 단순한 충돌 자체보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공급 리스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정해질 경우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되고, 이는 곧바로 유가 상승과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제유가는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반영하며 빠르게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80달러대 초중반까지 올라섰고, 일부 투자은행들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90달러 또는 그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시장은 단기적인 가격 변동보다 운송 차질, 보험료 상승, 우회 물류 비용 증가 등 구조적 공급 리스크가 실제 가격에 얼마나 반영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에 더 큰 압력

이번 사태의 영향은 특히 아시아 경제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콘덴세이트 물량의 약 80% 이상이 아시아로 향한다. 중국, 인도, 한국, 일본이 주요 수입국이며, 이들 국가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경제 전반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은 하루 약 27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수입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순수입국이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연간 원유 수입 비용이 약 100억 달러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교역조건 악화와 경상수지 흑자 축소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수출 회복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를 크게 확대해 왔다. 2025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1,200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가 이러한 흑자 폭을 축소시키며 원화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

외환시장에서는 이미 이러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주요 아시아 통화 가운데 원화는 상대적으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중동 긴장 고조 이후 글로벌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빠르게 유출되었고, 이는 달러 수요를 확대시키며 달러-원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환율 상승이 단순한 경기 요인보다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커질수록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와 미국 국채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 시나리오에 따라 환율 경로 달라질 가능성

향후 달러-원 환율의 방향은 결국 국제유가 수준과 지정학적 긴장의 지속 여부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브렌트유가 80달러대에서 안정된다면 환율 상승 압력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90달러 수준으로 올라가면 에너지 수입 부담이 커지면서 환율이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진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고 달러 강세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WGBI 편입은 원화에 ‘완충재’ 역할 가능성

다만 올해 외환시장에는 원화에 우호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한국 국채가 4월부터 세계국채지수(WGBI)에 단계적으로 편입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지수 편입은 글로벌 채권 투자 자금을 한국 국채 시장으로 유입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를 환율 방향을 단번에 바꾸는 결정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을 완화하는 완충 장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WGBI 편입이 약 8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금 유입도 점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핵심 변수는 결국 ‘에너지 리스크’

결국 이번 환율 움직임의 핵심 변수는 중동 갈등의 군사적 확산 여부보다 에너지 공급망이 실제로 얼마나 흔들리느냐에 있다.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시장의 긴장은 빠르게 완화될 수 있다. 그러나 해상 운송 차질이나 보험료 상승, 선박 우회 등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유가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 지정학 뉴스에 그치기보다는 에너지와 금융시장이 연결된 구조적 리스크를 다시 드러낸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이번 사태는 환율과 무역 구조의 취약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국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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