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0만원·SK하이닉스 310만원… AI 반도체 고객 다변화도 호재
원화 강세로 반도체 기업들의 원화 환산 실적에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성장세가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추정치를 낮추면서도 두 회사의 목표주가는 동시에 끌어올렸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37만원에서 40만원으로 8.1% 상향했다. SK하이닉스 역시 목표주가를 280만원에서 310만원으로 10.7% 높였다. 두 종목 모두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이번 목표주가 조정에서 눈에 띄는 점은 환율과 이익 전망의 방향이 엇갈렸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달러·원 환율 전망치를 기존 1553원에서 14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올해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5.7%, 4.2% 낮췄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을 각각 4.8%, 5.6% 하향했다. 그럼에도 D램 가격 전망과 중장기 HBM 성장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는 오히려 높였다.
삼성전자의 경우 메모리 업황 회복이 실적 개선을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됐다.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약 106조원과 118조원으로 전망됐으며, 2027년 연간 영업이익은 536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특히 범용 D램의 가격 상승 속도가 내년 다소 둔화하더라도 HBM 출하량과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전체 D램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HBM 기술도 삼성전자의 재평가를 이끌 변수로 꼽혔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zHBM’은 D램을 연산칩 위에 직접 배치하는 3차원 구조를 통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고 전력 효율과 대역폭을 높이는 기술이다. 미래에셋증권은 AI 반도체 경쟁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확대될수록 메모리 제조업체의 기술적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전망은 HBM 고객 기반 확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래에셋증권은 SK하이닉스의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73조원, 84조원으로 예상하고 2027년 영업이익은 386조원으로 추정했다. 현재 주가 역시 내년 예상 주당순이익(EPS)의 3.1배, 주당순자산(BPS)의 1.6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HBM 수요가 엔비디아와 AMD 등 GPU 업체에만 머물지 않고 빅테크의 자체 AI 반도체인 ASIC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AMD의 MI455X는 전작보다 HBM4 탑재량을 50% 늘렸으며, 메타의 자체 AI칩 MTIA 역시 세대가 바뀌면서 HBM 탑재량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HBM3E 기반 자체 AI 반도체를 클라우드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특정 GPU 업체에 집중됐던 HBM 수요가 다양한 AI 반도체 고객으로 분산되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김 연구원은 ASIC 진영으로 HBM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고객 다변화 측면에서 SK하이닉스에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4 12단 제품을 양산하고 있으며 16단 제품은 고객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전망은 단기적인 환율 변동보다 AI용 메모리 시장의 구조적 성장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범용 메모리 가격의 상승 탄력이 둔화하더라도 AI 가속기 한 대당 HBM 탑재량이 늘어나고 적용 고객이 확대되면 메모리 업체의 실적 성장 여력은 계속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