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정연태(만리풍취) 건설산업정보원 원장
며칠 전부터 내가 오랫동안 익숙하게 사용해 온 ChatGPT의 한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역사와 우주, 여행, 금융, 건설, 철학, 인공지능 등 관심 분야가 생길 때마다 전문 GPT를 설계해 왔다. 지식파일을 만들고 지침을 다듬으며 수없이 질문을 던져 성능을 개선했다. GPT 하나를 만든다는 것은 내게 단순히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지식세계를 건설하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인용 계정에서 새로운 GPT를 만들던 문이 닫혔다.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OpenAI의 정책 변화였다. 2026년 8월 현재 OpenAI 공식 도움말에 따르면 Free·Go·Plus·Pro 등 개인용 ChatGPT 계정에서는 새로운 GPT를 생성하거나 공개할 수 없다. GPT를 새로 만들고 공유·공개하는 기능은 Business·Enterprise·Edu 등 관리형 워크스페이스 중심으로 운영된다.
한 시대가 조용히 방향을 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존 GPT의 문까지 닫힌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은 “그동안 내가 만들어 공개한 GPT도 이제 수정할 수 없는가”라는 문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OpenAI는 기존 GPT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플랜과 권한 요건을 충족하면 편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 GPT의 이름과 설명, 대화 시작 문구, 지침과 지식파일 등을 수정할 수 있다. 하나의 GPT에는 최대 20개의 지식파일을 첨부할 수 있으며, 파일 하나의 최대 용량은 512MB다. 웹 검색, 이미지 생성, 코드 인터프리터와 데이터 분석, 외부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능도 계정과 설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관리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GPT의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앞으로는 이미 만든 GPT를 얼마나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졌다.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기존 GPT의 사용·편집 가능성과 신규 제작 기회의 희소성이다.
지식을 가진 사람이 AI를 만들던 실험
2023년 11월 OpenAI가 GPT를 공개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딩을 모르는 사람도 목적에 맞는 AI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프로그래머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대를 넘어 지식을 가진 사람이 AI를 설계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의사는 의료 GPT를, 교사는 교육 GPT를, 역사가는 역사 GPT를, 변호사는 법률 GPT를 만들 수 있었다. 한 사람이 평생 축적한 경험과 자료를 하나의 GPT 안에 담는 것도 가능해졌다. 나는 이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능의 추가가 아니라 인간의 지식을 소프트웨어로 바꾸는 방법 자체가 달라지는 사건으로 보았다.
처음에는 좋은 지침만 작성하면 좋은 GPT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 GPT를 개발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전문 GPT의 수준은 프롬프트의 세련됨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지식의 정확성과 구조, 개념 사이의 관계, 출처의 신뢰성, 답변을 검증하는 과정이 함께 갖춰져야 했다.
예를 들어 역사 GPT에는 인물과 사건, 연대와 왕조, 국가와 제도뿐 아니라 원인과 결과, 혈연과 정치, 사제와 적대 관계까지 연결돼야 한다. 지식은 문장의 집합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다. 내가 GPT를 만들면서 온톨로지(ontology)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개인 GPT의 문은 좁아졌는가
여기에서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OpenAI는 개인용 계정에서 새로운 GPT의 생성과 공개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만, 정책을 도입한 구체적인 경영·전략적 이유까지 설명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이를 보안이나 비용, 수익성, 품질관리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OpenAI가 최근 확대하고 있는 기능에서는 하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ChatGPT 워크스페이스 에이전트는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연결된 앱과 도구를 활용하며, 정해진 일정이나 API 호출에 따라 작업을 실행할 수 있다. GPT가 특정 목적에 맞게 응답하는 AI였다면 에이전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료를 찾고, 도구를 사용하며,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는 AI에 가깝다.
예를 들어 GPT에 “이번 달 회사 실적을 분석해 달라”고 하면 자료를 토대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에이전트에는 “매달 회사 자료를 찾아 지난달과 비교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알려 달라”는 반복 업무를 맡길 수 있다. 전자가 지식과 응답을 중심으로 한다면 후자는 지식에 도구와 실행 절차를 결합한다.
이 변화는 AI 산업의 중심이 개인의 맞춤형 챗봇 제작에서 조직의 업무 흐름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개인 개발자의 AI 개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개인도 API와 오픈소스 모델, 외부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등을 활용해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닫힌 것은 AI 개발 전체가 아니라 ChatGPT 개인용 계정 안에서 신규 커스텀 GPT를 만들고 공개하던 하나의 경로다.
GPT의 종말이 아니라 더 큰 시스템으로의 편입
에이전트가 등장한다고 GPT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언어모델과 맞춤형 지식 구조는 에이전트를 작동시키는 핵심 구성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GPT가 엔진이라면 에이전트는 엔진에 센서와 내비게이션, 제어장치와 작업 절차를 결합한 자동차다. 엔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더 큰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벌어지는 변화는 GPT의 종말보다 역할의 확장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AI 개발의 경쟁력도 좋은 프롬프트 한 문장을 만드는 능력에서 문맥과 지식, 데이터, 도구와 업무 흐름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를 하나의 진화 과정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프롬프트 설계 → 문맥 설계 → 지식 설계 → 에이전트 설계
물론 이 과정이 일직선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프롬프트와 전문지식은 에이전트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달라지는 것은 각각의 요소를 하나의 작동 가능한 시스템으로 결합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기존 GPT 개발자가 해야 할 일
새로운 GPT를 만들 수 없게 된 것은 개인 개발자에게 분명 아쉬운 변화다. 그러나 이미 GPT를 만들어 공개한 사람이라면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GPT의 깊이와 정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식파일의 중복과 오류를 줄이고 충돌하는 지침을 정리하며, 새로운 연구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답변의 주장과 근거를 분리하고 출처와 날짜, 숫자를 다시 확인하는 검증 절차도 필요하다. 전문 GPT일수록 많은 내용을 말하는 것보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하지 않는 능력이 중요하다.
지침과 지식의 역할도 구분해야 한다. 지침에는 GPT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담고, 지식파일에는 답변에 참고할 전문 자료를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개념 사이의 관계를 구성하는 온톨로지, 필요한 자료를 선택하는 검색·라우팅 체계, 결과의 신뢰성을 점검하는 검증 절차가 결합되면 GPT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전문 지식 시스템이 될 수 있다.
다만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을 뜻하는 XAI를 일반적인 팩트체크나 자기검증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명칭이 아니라 AI가 어떤 근거로 결론을 내렸는지 추적하고, 오류 가능성을 사람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지적 자산을 특정 플랫폼에 가두지 말아야 한다
이번 정책 변화가 내게 던진 가장 큰 교훈은 자신의 지적 자산을 특정 플랫폼 안에만 가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플랫폼의 기능과 정책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GPT 개발자는 지침과 지식파일, 온톨로지, 평가 기준, 테스트 질문, 출처 목록, API 구조와 업무 흐름의 원본을 외부에 별도로 보관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의 플랫폼이 바뀌더라도 다른 모델이나 서비스로 옮겨갈 수 있다.
GPT는 지식세계로 들어가는 하나의 문이어야 한다. 집 전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AI 생태계는 누구를 중심으로 재편되는가
개인용 계정의 신규 GPT 제작 제한은 단순한 기능 조정 이상의 질문을 남긴다. 누구에게 AI를 만들 권한이 주어지는가. 개인이 축적한 지식은 플랫폼 안에서 어떤 지위를 갖는가. AI 생태계가 개인 창작자보다 비용과 데이터, 보안과 관리 능력을 갖춘 조직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에이전트 시대에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능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AI가 무엇을 알고, 어디에서 정보를 찾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어떤 도구를 사용하고, 언제 인간에게 결정을 돌려줘야 하는지를 설계해야 한다. 미래의 AI 개발자는 프롬프트 작성자를 넘어 지식과 행동, 검증과 인간의 책임을 연결하는 ‘AI 지식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온톨로지와 지식그래프가 AGI로 가는 필수 경로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지식이 개별 정보가 아니라 관계망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개념 사이의 맥락과 인과관계를 구조화하는 기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GPT의 숫자보다 깊이가 중요해지는 시대
나는 한동안 새로운 분야를 발견할 때마다 새로운 GPT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몇 개의 GPT를 만들었는가”보다 “그 안에 얼마나 깊고 신뢰할 수 있는 지식세계를 구축했는가”를 묻게 한다.
앞으로는 GPT 100개를 만드는 사람보다 하나의 GPT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키는 사람이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하나의 GPT에 오랜 연구와 경험,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지식의 관계망, 검증 체계와 외부 데이터가 연결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일회성 챗봇에 머물지 않는다. 한 사람이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이어받아 성장하는 디지털 지성에 가까워진다.
GPT 시대는 끝나는가.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 GPT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시대가 끝나고 있는 것이다. GPT 위에 에이전트와 도구가 연결되고, 그 뒤에 전문지식과 데이터, 온톨로지와 검증 체계가 놓인다. 그리고 최종 판단과 책임은 다시 인간에게 돌아온다.
어쩌면 우리는 GPT의 종말이 아니라 GPT가 더 넓은 지능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에필로그 | 문이 하나 좁아졌을 때
기술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새로운 문이 열릴 때만 혁신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문이 닫히거나 좁아질 때도 인간은 다른 길을 찾는다.
개인이 새로운 GPT를 자유롭게 만들어 공개하던 하나의 문은 좁아졌다. 그러나 그 뒤에는 에이전트와 API, 앱, 온톨로지, 지식그래프와 검증 기술이라는 더 넓은 영역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GPT를 몇 개 더 만드는 데 마음을 두기보다 이미 만든 GPT가 더 깊이 사고하고, 더 정확하게 답하며,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도록 만드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GPT를 만드는 시대를 지나 인간의 지식과 AI의 행동을 함께 설계하는 시대의 문턱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