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작가 참여…가평전투 75주년 기념작 『가평 1951』 첫 공개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오는 10월 브리티시컬럼비아(BC)주의 ‘한국 문화유산의 달(Korean Heritage Month)’을 맞아 ‘제1회 밴쿠버 한국도서축제(2026 Vancouver Korean Book Festival)’를 개최한다. 행사는 밴쿠버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와 밴쿠버 중앙도서관(Vancouver Public Library) 등에서 10월 한 달간 열린다.
이번 행사는 한국 문학을 중심으로 그래픽노블 전시와 작가 북토크, 영화 상영, 라이브 드로잉, 낭독 공연을 아우르는 밴쿠버 최초의 종합 한국도서축제다.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으로 확산해 온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언어와 문학, 역사, 삶의 이야기로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 전시와 함께 작가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북토크, 대학생이 참여하는 전시 해설, 사전 북클럽, 체험형 워크숍을 연계한 점도 특징이다. 관람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토론과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한국 문학과 시각예술을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BC주 의회는 2025년부터 매년 10월을 한국 문화유산의 달로 지정했다. 이는 한국계 캐나다인의 역사와 사회·경제·문화적 기여를 공식적으로 조명하고 한국 문화를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BC주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한인사회가 형성된 지역이다. 한국 문화유산의 달 지정 과정에서도 7만2,000명 이상의 한국계 주민이 BC주의 문화적·경제적·사회적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행사는 한국 문화유산의 달을 계기로 문학과 출판을 전면에 내세운 첫 종합 도서축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 그래픽노블로 돌아보는 역사와 삶의 ‘자리’
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은 10월 5일부터 31일까지 그랜빌 아일랜드 전시 공간에서 열리는 한국 그래픽노블 특별기획전 ‘자리(Jari)’다. 전시에는 박건웅 작가의 『제시 이야기(Jessie’s Story)』, 김홍모 작가의 『소요(Soyo: Uprising)』, 박주현 작가의 『그레그 이야기(The Story of Greg)』가 소개된다.
전시는 ‘역사의 자리’, ‘함께하는 자리’, ‘마음의 자리’라는 세 가지 소주제를 통해 개인의 삶이 역사와 공동체 안에서 갖는 위치와 의미를 살펴본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학생들은 도슨트로 참여해 작품의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관람객에게 설명한다.
세 작가는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자리’를 주제로 새로운 단편 만화도 선보인다. 한국어판은 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개되며, ‘자리’ 북토크에 참석한 관객에게는 특별 한정 제작된 영문 단편만화집 『자리』를 증정한다. 작가들의 붓 터치와 작품 제작 과정을 무대에서 직접 볼 수 있는 라이브 드로잉 공연도 마련된다.
10월 15일과 16일에는 한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이 참여하는 강연과 북토크, 라이브 공연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완성된 작품과 함께 작가의 목소리와 창작 과정까지 공유하며 독자와 창작자의 거리를 좁힐 예정이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박상영 작가도 밴쿠버를 찾는다. UBC 한국어 프로그램과 한국문학번역원(Literature Translation Institute of Korea)의 협력으로 사전 북클럽과 영화 상영, 작가 북토크를 연계해 진행한다.
영화 상영회는 10월 9일 레뷰 스테이지(Revue Stage)에서 열린다. 박 작가의 심층 북토크는 15일 레뷰 스테이지와 16일 밴쿠버 중앙도서관에서 각각 진행된다. 소설과 영화, 독자 토론, 작가와의 대화를 연결해 한 작품을 여러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평전투에서 제주 해녀까지, 한국과 캐나다의 기억을 잇다
가평전투 75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그래픽노블 『가평 1951』도 밴쿠버에서 처음 공개된다.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기획한 이 작품은 가평전투에 참전한 캐나다 참전용사 고(故) 허브 그레이(Hub Gray) 소령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박건웅 작가가 완성했다.
가평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캐나다군을 비롯한 영연방군이 참여한 주요 전투로, 한국과 캐나다의 역사적 연대를 상징한다. 『가평 1951』은 전쟁의 기억을 그래픽노블이라는 시각적 언어로 전달해 젊은 세대가 양국의 공동 역사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출간을 기념해 박 작가의 북토크와 관객 캐리커처 사인회도 진행된다.
제주의 자연과 역사, 공동체의 삶을 소개하는 북토크에는 김홍모 작가와 허은실 시인이 참여한다. 두 사람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제주 해녀를 중심으로 섬의 노동과 기억, 세대를 이어온 여성 공동체의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눌 예정이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적인 관심을 얻으면서 제주의 자연과 문화, 주민들의 삶을 향한 해외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대중영상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관심을 제주 고유의 역사와 공동체 서사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주현 작가와 함께하는 실크스크린 엽서 제작 워크숍도 열린다. 참가자들은 『그레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병아리 그레그’를 활용해 직접 판화를 찍고 자신만의 엽서를 만들며 그래픽노블의 시각적 표현 방식을 체험한다.
한국어의 리듬과 소리를 무대에서 경험하는 관객 참여형 낭독 공연도 선보인다. 한카문화산업교류재단이 재외동포청의 지원을 받아 준비한 『K-Story Hunters』에는 성우 서혜정과 최덕희가 출연한다.
두 성우는 한국의 신화와 민요, 동시, 시, 소설에 목소리를 입혀 한글 고유의 리듬과 말맛, 소리의 울림을 전달한다. 한국어를 모르는 관객도 목소리와 공연을 통해 한국 문학의 정서와 표현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작가와의 만남에 앞서 작품을 읽고 토론하는 사전 북클럽도 운영된다. 『대도시의 사랑법』 북클럽은 그랜빌 아일랜드의 누룽지북스와 UBC 캠퍼스에서 한국어와 영어 세션으로 나뉘어 열린다.
그래픽노블 『제시 이야기』의 원작인 『제시의 일기』 북클럽은 한인신협 컨퍼런스룸에서 진행된다. UBC 최호중 교수와 이유민 작가가 진행을 맡으며, 북클럽에서 시작된 독자들의 대화는 본 행사의 작가 북토크와 그래픽노블 전시로 이어진다.
이광석 주밴쿠버 대한민국 총영사는 한국의 문화와 이야기가 캐나다 다문화사회를 연결하는 가교가 되고 있다며 이번 축제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 총영사는 “문학은 한 나라의 철학과 역사를 비추는 거울이자 문화와 예술이 자라나는 비옥한 토양”이라며 “그래픽노블 전시와 작가 초청 북토크, 지역사회가 함께 문장을 나누는 북클럽을 통해 독자와 작가, 그리고 우리 이웃들이 책과 예술을 매개로 서로를 깊이 이해하는 뜻깊은 여정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톰 랭카스터(Tom Lancaster) 그랜빌 아일랜드 대표는 “한국의 뛰어난 문화 콘텐츠를 그동안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그랜빌 아일랜드 내 한국 문화의 입지를 넓히고 한인 커뮤니티와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다져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영사관과 현지 문화기관, UBC, 한국문학번역원, 서점, 한인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도 이번 축제의 의미를 더한다. 첫 행사가 현지 독자와 문화기관의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진다면 밴쿠버 한국도서축제는 한국 문학과 시각예술을 북미에 소개하는 정례 문화교류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축제 프로그램별 세부 일정과 사전 참가 신청 방법은 공식 홈페이지와 행사 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