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AI 안경이 뚫은 대입 시험 보안, 입실 검사만으로는 못 막는다
[인사이트] AI 안경이 뚫은 대입 시험 보안, 입실 검사만으로는 못 막는다
  • 연철웅
  • 승인 2026.10.1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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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통신 기능이 일상용 안경에 결합…기기 식별부터 문항 보호·평가 설계까지 시험 보안 재정비 필요

 

레이밴 메타 1세대 스마트 안경과 충전 케이스. 사진은 국내 대학 논술시험에서 적발된 기기와 무관하다. 사진=레이밴 메타 1세대 스마트 안경과 충전 케이스. 사진은 국내 대학 논술시험에서 적발된 기기와 무관하다. 사진=CCadio / Wikimedia Commons, CC BY 4.0

대학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대입 시험의 보안 체계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일반 안경과 비슷한 외형에 카메라와 통신 기능이 결합하면서 육안 검사만으로 전자기기를 가려내기 어려워졌다. 특히 사전 검사 이후 안경을 바꿔 착용한 것으로 알려진 사례는 입실 당시의 확인만으로 시험 시간 전체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을 드러냈다. 대응의 범위도 금지 물품 안내에서 시험 중 관리와 사후 확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연세대는 지난 10일 치러진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적발했다. 서울시립대에서도 지난 3일 자연계열 논술고사 도중 유사한 사례가 확인됐다. 교육부는 스마트 안경 대응 내용을 수능 감독관 유의사항과 교육 영상에 반영하고, 이를 대학에도 전달해 논술·면접·실기 등 대학별 고사 운영에 참고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미 올해 수능의 반입 금지 물품에 스마트 안경을 포함한 만큼, 현장에서 규정을 어떻게 집행할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AI의 정답률보다 촬영과 외부 연결이 먼저다

스마트 안경은 제품에 따라 기능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카메라와 스피커를 갖춘 제품이 있는가 하면 렌즈 안에 메시지와 정보를 표시하는 디스플레이형 제품도 있다. 메타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레이밴 메타 안경은 사용자가 보는 대상을 카메라로 인식해 질문에 답할 수 있으며, 별도의 디스플레이 제품은 AI 응답과 메시지 등을 눈앞에 표시한다. 모든 스마트 안경이 같은 기능을 갖추거나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AI 연산이 반드시 안경 내부에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레이밴의 공식 안내는 일부 시각 인식 기능에서 촬영한 사진을 메타의 클라우드로 보내 처리한 뒤 음성 응답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스마트폰과 앱, 인터넷 연결을 이용하는 구조도 안내하고 있다. 시험 보안의 점검 범위가 안경뿐 아니라 연결된 기기와 외부 서비스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번 국내 적발 사례에서 사용된 제품과 연결 방식, 실제 AI 응답 수신 여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위험은 AI가 시험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게 푸는지에 그치지 않는다. 문항을 촬영하거나 외부로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시험 보안을 위협할 수 있다. AI의 답변이 부정확하더라도 외부와 정보를 주고받을 가능성은 남는다. 따라서 대응 기준은 AI 탑재 여부와 함께 촬영·저장·통신·정보 수신 기능을 포괄해야 한다.

검사 이후의 기기 변경도 관리해야 한다

연세대 사례처럼 사전 검사 이후 안경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은 기기 식별과 별개의 운영 문제를 보여준다. 입실 때 일반 안경을 확인했더라도 시험 중 다른 기기를 착용하면 최초 검사의 효과는 제한된다. 감독관 교육에 제품의 외형뿐 아니라 착용 기기 변경을 확인하고 처리하는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시험 시작 전 검사와 시험 중 감독을 하나의 관리 과정으로 연결해야 한다.

대학은 예비 안경이나 보조기기의 사전 신고·보관 방식과 시험 중 교체 절차를 구체적으로 안내할 수 있다. 교체가 필요할 때 감독관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 판단이 어려운 기기는 고사본부가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감독관 개인의 경험에 따라 시험장마다 대응이 달라지는 상황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절차는 수험생에게도 사전에 알려 현장에서 불필요한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경테의 두께나 특정 디자인에만 의존하는 식별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 일반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에게 의심이 집중될 수 있고, 제품 외형이 달라지면 기존 식별 요령의 효과도 떨어진다. 카메라와 조작부, 충전 단자 등 기능을 확인하는 교육과 의심 기기를 검토할 지원 체계가 함께 필요하다. 외형상의 의심은 확인의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부정행위를 확정하는 근거와는 구별해야 한다.

답안과 시험문항을 함께 보호해야 한다

촬영 기능이 시험장에 들어오면 보호 대상은 수험생의 답안에 그치지 않는다. 시험문항과 주변 응시자의 답안, 시험장 내부 모습도 촬영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같은 문항을 사용하는 고사라면 외부 유출이 후속 시험의 공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적발자의 규정 위반을 판단하는 절차와 시험 전체의 보안 영향을 확인하는 절차가 함께 필요한 이유다.

사후 확인에서는 기기의 착용·소지 사실, 실제 작동 여부, 촬영 여부, 외부 전송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발견 시점과 기기 상태, 감독관의 관찰 내용을 일관되게 기록하면 후속 조치와 이의 제기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정보 수신이나 답안 작성에 활용됐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면 그 범위를 넘어 단정해서는 안 된다. 정확한 사실 확인은 제재의 신뢰성과 시험 운영의 책임성을 높이는 기반이다.

검사 과정에서는 시력 교정과 장애 지원의 필요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 안경과 승인된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수험생에게 확인 절차를 미리 안내하면 불안과 시험 지연을 줄일 수 있다. 금지 기기에 대해서는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면서 정상적인 응시 기회도 보호해야 한다. 시험의 공정성은 부정행위를 차단하는 능력과 오인을 줄이는 절차에서 함께 확보된다.

호주, 구두 발표와 현장 과제로 실제 이해도 확인

호주 고등교육 품질·기준기구인 TEQSA는 AI 시대의 평가 개편 자료에서 학생이 배운 내용을 직접 설명하거나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예는 구두 발표, 수업 시간에 수행하는 과제, 감독자가 지켜보는 실습이다. 과목마다 이러한 평가를 최소 한 차례 포함하고, 이를 통과해야 해당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소개했다. 제출물의 완성도와 함께 학생이 외부 도움 없이 핵심 내용을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쉽게 풀면 보고서를 제출한 학생에게 주요 결론의 근거를 직접 설명하게 하거나, 실습에서 배운 절차를 현장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졸업 직전 한 번만 확인하는 대신 재학 중 여러 단계에서 감독이 있는 평가를 실시하는 접근도 제시됐다. 다만 이는 대학 교육과정의 평가를 위한 안내 자료이며 모든 호주 대학에 동일한 시험 방식을 의무화한 규정은 아니다. 한국 대입에 적용하려면 선발 목적과 응시 규모, 채점의 일관성, 운영 비용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대학별 고사에서는 논술 답안의 풀이 근거를 더 구체적으로 평가하거나, 면접에서 판단의 이유와 조건 변화에 따른 답을 추가로 묻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는 지원자가 자신의 답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질문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스마트 안경을 통한 무단 외부 지원을 차단할 수는 없다. 평가 설계의 개선과 기기 검사·시험 감독의 강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적발 건수보다 운영 체계의 실효성을 봐야 한다

대응의 성과를 적발 건수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적발 증가가 부정행위 시도의 증가를 뜻하는지, 감독 역량의 향상을 뜻하는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대학은 감독관 교육 이수, 의심 기기 확인에 걸린 시간, 오인 사례, 고사본부의 지원 수준과 문항 유출 대응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안경이 드러낸 과제는 입실 때 전자기기를 찾아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사한 상태를 시험 종료까지 유지하고, 이상 상황을 일관되게 처리할 수 있는 운영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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