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훈 신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취임과 동시에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실태를 점검하며 대대적인 혁신 작업을 예고했다.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휴게소 음식 가격 문제를 비롯해 운영구조 전반을 손질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도로공사를 인공지능(AI) 기반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유 사장은 11일 제20대 도로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유 사장은 취임식보다 먼저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를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며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휴게소 운영 방식과 입점업체 수수료 체계, 최근 제기된 가격 논란 등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특히 일부 휴게소의 높은 음식 가격 배경으로 지목된 다단계 운영구조와 퇴직자 단체 중심의 운영 관행에 대해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유 사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휴게소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신임 사장이 취임 첫 일정으로 휴게소를 선택한 것을 두고 공공기관 혁신과 국민 체감 서비스 개선에 무게를 둔 행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휴게소 물가와 운영 투명성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공사의 변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유 사장은 이어 순직 직원 위령탑을 참배한 뒤 김천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통해 향후 경영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우선 도로공사의 역할을 단순 도로 관리기관에서 미래 교통·물류 플랫폼 운영기관으로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국 고속도로망을 기반으로 데이터와 에너지, 교통 서비스를 융합하는 AI 중심 인프라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전력·통신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고속도로를 활용한 전력망과 데이터 전송망 기능을 강화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고속도로 유휴부지를 활용한 에너지 생산과 지역 상생 모델 구축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미래 교통체계 구축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유 사장은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맞춰 심야 시간대 자율주행 화물차 전용차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첨단 교통관제 시스템을 확대해 물류 효율성과 도로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도로공사의 역할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한 도로 운영을 넘어 데이터와 에너지, 미래 모빌리티를 연결하는 인프라 사업자로의 전환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직 혁신에 대한 의지도 강조했다. 유 사장은 노동 존중과 공정한 인사 원칙을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학연·지연 중심의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장 중심 경영을 강화해 직원과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과 경영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교통·인프라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유 사장은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와 대한교통학회장,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학계와 정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가 공공기관 혁신과 미래 교통체계 구축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하고 있다.
유 사장은 "도로공사가 국민의 일상과 국가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인 만큼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국민 신뢰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