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많이 늘었는데 왜 불편할까?” 답은 ‘운영’에 있다
“수소차, 많이 늘었는데 왜 불편할까?” 답은 ‘운영’에 있다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4.0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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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진오 공학박사
코어디아이티(주) 대표이사 (jokim1201@coredit.co.kr)

산업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진보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존 시스템이 가진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 방식이 등장할 때 비로소 산업 구조가 바뀐다. 증기기관이 물류 구조를 바꾸고, 내연기관이 이동 방식을 혁신했던 것처럼, 오늘날 모빌리티 산업 역시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있다.

화석연료 기반 이동 수단은 환경 규제와 자원 한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그 대안으로 전동화와 수소 기반 모빌리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수소 모빌리티는 차량 기술을 넘어 에너지 공급과 인프라 운영이 결합된 복합 산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자동차 산업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소 산업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보급’ 중심에 머물러 있다. 차량 몇 대를 보급했는지, 충전소를 몇 개 설치했는지가 주요 지표로 활용되면서 정책과 산업 모두 양적 확대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통계를 보면,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한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수소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 확대 추이

항목 수치 기준
수소전기차 누적 등록 44,655대 2025년 12월 31일
수소차 연간 보급 6,903대 2025년
수소충전소 구축 461기 누적
수소충전소 사이트 268개소 운영 기준
2030년 목표 660기 이상 정부 계획

출처: 환경부, 월간수소경제

2025년 말 기준 국내 수소전기차는 4만 대를 넘어섰고, 충전 인프라도 461기 수준까지 확대되었다. 외형적인 성장만 놓고 보면 수소 모빌리티는 초기 시장을 지나 확산 단계에 진입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용자의 체감은 다르다.

수소차는 늘었지만 “충전이 불편하다”는 인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충전소를 찾기 어렵거나, 도착했을 때 운영이 중단되어 있거나,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인프라 부족이 아니라 운영 구조에 있다.

수소충전소는 전기차 충전기와 달리 고압 저장 설비, 압축기, 냉각 시스템, 그리고 수소 공급을 위한 물류 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하는 복합 인프라다.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서비스가 중단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이용자는 불확실성을 경험하게 된다. 단순히 충전소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설치 수’가 아니라 ‘운영 품질’이다. 수소 모빌리티의 경쟁력은 차량 성능이 아니라 충전 인프라의 운영 수준에서 결정된다. 가동률이 낮거나, 대기 시간이 길거나,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많은 인프라가 구축되어도 사용자 만족도를 확보하기 어렵다.


수소 인프라 경쟁력, ‘설치 수’보다 ‘운영 품질’

구분 의미
가동률 충전소 실제 운영 가능 시간 비율
평균 대기시간 사용자 체감 서비스 품질
공급 안정성 수소 공급 중단 여부
이용률 설비 대비 실제 사용 수준

출처: IEA, ISO 22400, 산업 운영지표 재구성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수소 모빌리티의 본질은 제조 산업이 아니라 운영 산업에 가깝다. 차량을 얼마나 많이 생산했는가보다,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정책 역시 보급 중심에서 운영 중심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충전소 설치 수가 아니라 가동률과 서비스 품질을 기준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하고, 이에 맞춰 지원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인프라 구축 전략 또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전국에 균등하게 충전소를 확대하는 방식은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 대신 공항, 항만, 물류 거점, 버스 차고지와 같이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클러스터형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당 지역에서 높은 가동률과 안정적인 운영을 확보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사업자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 단순한 설비 운영을 넘어 데이터 기반 운영 최적화 역량이 요구된다. 실시간 수요 예측, 대기 시간 관리, 설비 상태 모니터링, 공급 계획 최적화와 같은 기능이 결합될 때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수소 인프라는 더 이상 물리적 설비에 머무르지 않고, 디지털 기반 운영 시스템으로 진화해야 한다. 또한 수소 모빌리티의 적용 영역 역시 운영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승용차 중심의 보급은 중요하지만, 실제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에서는 버스, 물류 차량, 공공 차량과 같은 고가동 영역에서 수소의 경쟁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정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운영 최적화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수소 인프라 운영의 불확실성이 단순한 이용 불편을 넘어 산업 전반의 확산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충전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차량 선택을 주저하게 되고, 이는 다시 보급 정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

결국 운영 품질은 단순한 서비스 문제가 아니라 시장 형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주요 국가들도 수소 인프라 정책의 초점을 단순 구축에서 운영 안정성 확보로 점차 전환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수소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 기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필자 소개
김진오 공학박사는 코어디아이티(주) 대표이사로, 시스템엔지니어링과 지능형교통 분야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부회장과 IEEE 지능형교통시스템학회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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