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권 변호사 칼럼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 정당방위는 생각보다 좁다 (5부)
홍승권 변호사 칼럼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 정당방위는 생각보다 좁다 (5부)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5.1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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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맞았더라도 신체적 대응을 하면 쌍방폭행이 될 수 있다

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글 홍승권 | 법률사무소 판 대표변호사 (skh@law-pan.com)

갑자기 길에서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치고 주먹을 휘둘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똑같이 손을 들어 한 대 쳤다면? 혹은 누군가가 나를 때리고 내 머리채를 잡고 놓아 주지 않아서 나도 상대방의 머리채를 잡았다면?  분명히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상대방이고 자신은 그저 맞서 대응했을 뿐인데, 자신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흔히 ‘쌍방폭행’이라 부르는 일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형법이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킨다. 여기서 유형력은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멱살을 잡거나 옷을 잡아당기는 행위, 상대방을 미는 행위, 더 나아가 귀 옆에서 큰 소리를 지르거나 가까운 거리에서 위협적으로 손을 휘두르는 행위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먼저 시비를 걸어오거나 신체를 침해하려 할 때, 어떠한 형태로든 신체적인 대응을 하면 그 순간 자신도 폭행의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익히 알고 있듯이 정당방위라는 것이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주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싸움에 있어서는 공격과 방어가 교차되어 어느 것이 공격이고 어느 것이 방어인지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누가 먼저 손을 대었는지 와는 별개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투며 신체적 공격을 주고받았다면 어느 한쪽의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보다는, 양쪽 모두 폭행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움에서 무조건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외관상 서로 싸움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만 유형력을 행사하였을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가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 수단일까? 그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하는 수밖에 없다.

보통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다음의 사항을 고려하여 정당방위를 판단하는 듯하다.
우선, 당연히 침해 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여야 하고, 먼저 도발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어야 한다. 다음으로 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심각하지 않고, 위험한 물건 등을 사용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리고 침해행위가 종료된 후에 폭력을 행사한 게 아니어야 하며, 상대방의 피해 정도가 본인이 입은 피해보다 경미하고,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았어야 한다.

정당방위의 수준을 넘어선 것을 과잉방위라고 한다. 예를 들어 술에 취한 사람이 욕설을 하며 주먹을 휘둘러 오자, 이를 피하려고 가슴을 세게 밀쳐 상대를 넘어뜨린 경우이다. 만취 상태였던 그 사람은 뒤로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찧어 약 8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을 입었다. 팔을 붙들거나 가볍게 미는 정도의 방법으로도 충분히 방어할 수 있었는데 힘껏 밀친 것은 지나치기 때문에,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고 과잉방위가 되었다. 과잉방위로 인정되면 형이 감경되기는 하지만, 가해자라는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갑작스레 폭행을 당하였다면 가만히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도망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머리채를 잡힌다든가 하여 그것이 힘든 경우도 많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자신이 상대의 폭행을 피하기 위해 한 행동이 마치 함께 싸움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CCTV 영상 등으로 보면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정당방위의 성립이 쉽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럴 때 민사소송을 먼저 제기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신의 과실에 해당하는 비율만큼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테지만, 그래도 형사처벌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니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이 고소를 하였다면(내가 먼저 고소를 한 후 상대방이 맞고소하였거나) 합의를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위에서 설명한 정당방위에 대한 주장을 해야 한다.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아도 싸움에 소극적으로 참여한 경우에는 소액의 벌금형이 나올 확률이 크지만, 그것도 엄연히 유죄 판결이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홍승권은 법률사무소 판의 대표변호사다. 민·형사 소송을 포함해 디지털 시대에 부상하는 새로운 법적 과제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는 기술 혁신,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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