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정기·특별지급 선택 가능…진단 전까지 별도 특약 비용 없어
국내 치매머니 2050년 488조원 전망…고령화 시대 자산관리 수요 대응
고령화로 치매환자의 자산관리 문제가 새로운 금융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한화생명이 치매 발병 이후에도 본인의 자산을 요양비 등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신탁 상품을 내놨다.
한화생명은 기존 수시입출금신탁(MMT)에 치매환자를 위한 자산관리 기능을 결합한 ‘치매안심 MMT’를 출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상품은 건강할 때 자금 사용 방법을 미리 정해두고 향후 인지능력이 저하됐을 때 사전에 지정한 방식에 따라 본인의 자산을 요양과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평상시에는 일반 MMT와 동일하게 자금을 운용하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후 고객에게 CDR(Clinical Dementia Rating) 2점 이상의 중등도 인지장애가 발생하면 치매안심 특약이 개시돼 미리 설정한 방식에 따라 자금이 지급된다.
핵심은 고객이 의사결정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을 때 향후 자산관리 방식을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입 단계에서 고객은 신탁관리인을 지정하고 치매 발생 이후 필요한 자금의 지급 방식과 비율을 미리 설정한다. 이후 치매 진단을 받으면 신탁관리인이 MMT 잔액 범위에서 요양비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자금 지급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필요한 자금을 한 번에 받는 ‘일시지급’, 지정한 기간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정기지급’,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실제 발생한 비용을 청구하는 ‘특별지급’ 방식이다.
고객은 가입 당시 각 지급 방식에 사용할 MMT 잔액 비율도 정할 수 있어 개인의 자산 규모와 예상되는 요양 형태에 맞춰 설계할 수 있다.
비용 부담도 치매 발생 시점과 연계했다. 치매 진단 이전에는 치매안심 특약에 따른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일반 MMT처럼 자산을 운용하다 실제 진단서를 제출하고 요양자금 지급 서비스가 시작될 때 특약 수수료가 부과된다.
한화생명이 이번 상품을 내놓은 배경에는 고령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른바 ‘치매머니’ 문제가 있다.
치매머니는 치매 등으로 금융 의사결정 능력이 떨어진 고령자가 보유하고 있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적절하게 관리·활용하기 어려워진 자산을 의미한다. 인지능력이 저하된 이후에는 예금 인출이나 자산 처분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정작 환자 자신의 치료와 돌봄에 필요한 자금을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치매머니 규모는 2023년 154조원에서 2050년 48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고령자의 자산을 단순히 축적·운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판단 능력이 저하된 이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고 사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자산관리 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신탁은 고객이 의사결정 능력을 갖고 있을 때 향후 자산의 관리와 지급 조건을 미리 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금융수단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한화생명의 치매안심 MMT 역시 치매 발생 이후 자산이 사실상 묶이는 상황을 줄이고 환자 본인의 재산이 치료와 요양, 생활비 등 본인을 위해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화생명은 이번 상품을 기존 치매 관련 보험과 케어 서비스를 넘어 자산관리 영역까지 확대하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질병 발생에 따른 보험금 지급뿐 아니라 발병 이후 보유 자산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치매안심 MMT는 전국 한화생명 고객센터를 방문해 가입할 수 있다.
이종호 한화생명 마케팅실장은 “치매안심 MMT는 치매 발병 이후의 자산 관리까지 책임지겠다는 당사 치매 케어 서비스의 연장선”이라며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보장을 넘어 실질적인 금융 안전망까지 제공하는 종합적인 솔루션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환자와 고령자 보유자산이 함께 증가하면서 금융회사의 역할도 자산 증식에서 노후자산 보호와 집행까지 확대되고 있다. 치매머니가 수백조원 규모의 사회·금융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령자의 의사결정 능력이 충분할 때 미래의 자산관리 방식을 정해두는 신탁 상품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