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네덜란드 신규 원전 사업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참여하며 유럽 원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사업 초기부터 현지 조건을 검토하고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향후 본사업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와 네덜란드 신규 대형원전 건설사업의 1단계 기본설계(FEED 1)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은 네덜란드 원자력기구(NEO NL)가 웨스팅하우스에 발주한 것으로,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의 협력사로 참여해 AP1000 기반 원전 2기의 건설 준비 작업을 맡는다.
이번 계약에서 현대건설의 역할은 향후 실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 작업’에 가깝다. 후보 부지의 기술적 조건을 검토하고 전체 마스터플랜을 마련하는 한편, 사업 수행 방식과 공사 전략 등을 구체화한다.
특히 네덜란드 현지에서 원전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법규와 인허가 절차, 기술 기준 등을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검토한다.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사전에 파악하고 현지화 방안까지 마련하는 것도 주요 과제다.
네덜란드가 신규 원전 도입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건설의 이번 참여에 힘을 싣는다. 네덜란드 정부는 올해 2월 신규 원전 사업을 전담할 NEO NL을 출범시키고 원전 2기 건설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네덜란드 시장에서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 6월에는 웨스팅하우스와 현지 공급업체들을 초청한 ‘네덜란드 서플라이어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당시 정부와 원전 업계 관계자, 현지 기업 등 1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원전 사업 수행 역량과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는 이번 FEED 참여와도 맞물린다. 대형 원전 사업은 설계와 시공 기술뿐 아니라 현지 규제 대응과 공급망 확보가 중요한 만큼, 현대건설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현지 산업계와의 접점을 넓혀 본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유럽에서의 원전 사업 확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설계 사업을 비롯해 슬로베니아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기술타당성 조사, 핀란드 신규 원전 관련 사전업무 등에 참여하며 유럽 각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네덜란드 사업 역시 단순한 단일 프로젝트 확보를 넘어 유럽 원전 시장에서 현대건설의 입지를 확대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FEED 단계에서 현지 환경과 사업 조건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만큼 향후 후속 설계와 실제 건설 단계로 이어질 경우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형원전 분야에서 축적해 온 설계와 시공 역량을 바탕으로 네덜란드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며 “유럽 원전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대형원전 건설을 중심으로 원전 해체와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원전 전 주기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