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홈플러스가 다음 달 초 영업 재개를 목표로 정상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문을 다시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매장을 식품과 자체브랜드(PB), 생필품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사업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 생존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27일 노동조합과 면담을 갖고 긴급운영자금(DIP) 집행 이후 영업 재개 일정과 향후 운영 계획을 공유했다. 메리츠금융그룹으로부터 지원받는 2000억원 규모의 DIP 자금은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3일 사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며, 자금이 들어오면 7일 이내에 영업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일정대로라면 8월 7일 전후부터 순차적으로 매장 문을 다시 열고 늦어도 8월 10일께에는 영업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앞서 운영자금 부족으로 67개 핵심 점포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번 재가동은 점포별 준비 상황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되지만, 큰 시차 없이 대부분의 핵심 매장이 다시 영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사업도 재개 준비에 들어갔으며, 수도권 16개 점포를 시작으로 배송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정상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상품을 다시 채우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DIP 자금을 상품 공급에 우선 투입하고 신선식품과 가공식품,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부터 확보할 계획이다. 이미 구매 담당 조직이 납품업체들과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물류센터 확보와 배송 기사 섭외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휴업 기간 끊겼던 공급망을 얼마나 빠르게 복구하느냐가 재개장 직후 매출 회복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영업 모델도 과거와 달라진다. 홈플러스는 향후 매장 규모를 600~1000평 수준으로 줄이고 식품과 PB, 생필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할 예정이다. 가전과 의류 등 비식품 상품군은 축소하고, 매장 운영 효율을 높여 비용을 줄이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식품 전문 유통업체 트레이더조와 유사한 모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대형마트의 전통적인 종합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이 자주 찾는 상품을 빠르게 사고 나오는 생활밀착형 매장’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특히 식품과 생필품은 상대적으로 구매 빈도가 높고 재고 회전이 빠른 만큼, 상품 공급만 정상화된다면 매출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다만 재개장까지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협력업체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정적인 납품을 재개하는 것이 우선이다. 영업이 멈춘 기간 누적된 미지급금 문제와 물류 정상화 역시 해결해야 한다. 임대매장 운영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수수료 인하 등을 추진하는 것도 비용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인력 구조조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비핵심 점포 37곳은 폐점하고 본사와 매장 모두 최소 인력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점포 규모와 상품 구성이 축소되는 만큼 직원 역시 매장 상황과 개인 의사를 고려해 재배치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운영 효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DIP 자금의 사용처도 회생의 성패와 직결된다. 약 2000억원의 긴급자금은 우선 상품 대금과 운영 정상화에 활용되며,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지급에도 쓰일 예정이다. 앞서 영업 중단 직전 진행한 50% 할인 행사로 약 300억원을 확보해 일부 임금과 공과금 지급에 활용한 만큼, 이번에는 확보한 자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매출 회복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
홈플러스의 진짜 시험대는 8월 재개장 이후다. 서울회생법원은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9월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그때까지 핵심 점포의 영업 정상화와 공급망 회복을 입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회생계획안 인가와 향후 매각 작업까지 이어가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영업 재개를 홈플러스 회생의 ‘끝’이 아니라 사실상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자금 부족으로 멈췄던 매장을 다시 여는 것은 첫 단계일 뿐, 소비자가 다시 매장을 찾고 납품업체가 안정적으로 상품을 공급하며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회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홈플러스의 운명은 ‘얼마나 빨리 다시 여느냐’보다 ‘다시 연 매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식품·PB·생필품 중심의 소형 매장이라는 새로운 전략이 소비자에게 통할지, 협력업체와의 신뢰를 회복해 공급망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가 오는 9월 회생계획안 인가를 앞둔 홈플러스의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