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프랑스 원자력 기업 오라노(Orano)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장기 협력에 나선다.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핵연료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구권 공급처를 추가로 확보해 조달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수원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라노와 우라늄 농축 분야 장기 협력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지난 4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양사가 체결한 ‘핵연료주기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의 후속 조치다. 양사는 기존 협력 범위를 우라늄 농축 분야로 구체화하고 장기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라늄 농축은 원전용 핵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핵심 공정이다. 천연우라늄을 원자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농축도까지 높여야 연료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농축 서비스의 안정적인 확보는 원전 운영과 직결된다.
최근 원전 산업에서는 우라늄 광산 등 자원 확보뿐 아니라 우라늄 정련·전환·농축·연료 제조로 이어지는 핵연료주기 전반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특정 국가에 대한 핵연료 공급 의존도를 낮추려는 서방권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오라노는 이런 공급망 재편의 중심에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프랑스 트리카스탱에 위치한 조르주 베스 II 농축시설을 기반으로 유럽 핵연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라노는 원전용 우라늄 농축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시설의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오라노와의 협력을 통해 기존 핵연료 조달 구조에 서구권 공급원을 추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공급처를 다변화하면 국제 정세 변화나 특정 지역의 공급 차질이 발생했을 때 대응력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 원전 가동에 필요한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기반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이 국내 원전의 안정적인 운영과 함께 해외 원전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협력의 의미가 적지 않다. 원전 수출 경쟁이 설계·건설 능력을 넘어 연료와 기자재, 운영·정비 등 전체 공급망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핵연료 조달 역량 역시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평가된다.
프랑스 역시 원자력 산업을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으로 두고 핵연료주기 분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오라노는 우라늄 채굴부터 전환과 농축, 사용후핵연료 처리까지 원자력 산업의 전 주기에 걸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한수원과의 협력이 향후 핵연료 분야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는 이번 LOI 체결을 계기로 우라늄 농축 분야의 구체적인 장기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협력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수원은 안정적인 핵연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동시에 프랑스 원자력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공급망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앞서 지난 6월 뚝섬 한강공원에서 열린 ‘제3회 한강 쉬엄쉬엄 3종 축제’에 참여해 ‘나만의 한강라면 만들기’와 ‘한강라면 MBTI’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시민과 외국인들에게 K-라면 문화를 알린 바 있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글로벌 핵연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협력의향서 체결을 계기로 양사 협력을 확대하고 핵연료 공급 안정성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클로드 이모방 오라노 이사회 의장은 “한수원과의 협력은 우라늄 농축 분야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선행핵주기 분야에서도 협력을 지속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한국과 프랑스 간 원전 협력의 범위가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넘어 핵연료 공급망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수원이 오라노와의 협력을 실제 장기 공급망으로 발전시킬 경우 서구권 핵연료 조달 기반을 강화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