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대응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달 말부터 투자 진입 요건을 강화하기로 한 데 이어 시장 과열이 이어질 경우 개인투자자의 투자 규모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8일 금융투자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투자 제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으로 거론된 방안은 개인투자자의 전체 금융상품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총량 관리다. 구체적으로 전체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비중을 제한하는 방안이 언급됐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조치가 투자자들의 ‘진입 문턱’을 높이는 방식이라면, 추가로 검토되는 총량 관리 방안은 투자 이후의 ‘보유 규모’까지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본예탁금 강화만으로 과열이 잡히지 않을 경우 투자요건 상향과 개인별 투자한도 설정을 추가로 검토해 투기성 자금의 유입과 집중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의미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 우량주 한 종목의 주가 움직임을 기초로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올해 5월 말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16개 상품의 시가총액은 5월 27일 상장 당시 4조4000억원에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거래대금도 10조4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에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상승장에서는 수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빠르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품의 위험성이 일반 ETF와 다르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단기간 가격이 급변할 경우 손실 규모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고, 시장이 횡보하더라도 일별 수익률을 누적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해 투자 성과가 악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당초 8월로 예정했던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앞당겨 시행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려는 경우 기본예탁금 기준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높이고, 증권 매도 후 실제 현금이 입금돼야 예탁금으로 인정하는 방식 등을 적용해 과도한 회전매매를 막는다는 취지다.
추가 규제 카드로는 선물·파생상품과 유사한 투자자 보호 장치도 거론됐다. 투자 전 사전 모의거래를 의무화하고 일정 기간마다 재교육을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단순히 자금 규모를 기준으로 투자자를 제한하기보다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충분히 이해한 투자자만 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시장 안정성을 위한 금융투자업계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 위원장은 자산운용사들이 장 마감 직전에 특정 종목의 리밸런싱을 집중적으로 진행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거래 시점을 장중으로 분산해달라고 당부했다.
유동성 공급자 역할을 맡는 증권사에는 호가와 물량을 적절히 조정해 공급자 간 거래가 과열되지 않도록 주문 관리에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거래량이 확대되거나 과도한 차익거래가 발생하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번 조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기보다 시장의 과도한 쏠림을 관리하면서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풀이된다. 당초 해당 상품은 해외 시장과의 규제 차이를 줄이고 국내 투자자에게 다양한 투자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출시 직후 예상보다 빠르게 거래 규모가 커지고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집중되면서 당국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 사이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규제의 초점이 ‘상품 자체’에서 ‘투자 행태’로 옮겨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예탁금과 투자 한도는 자금 규모를 관리하는 수단인 반면, 모의거래와 재교육은 투자자의 위험 인식 수준을 높이는 장치이기 때문. 여기에 운용사와 유동성 공급자의 거래 방식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 전반의 거래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개인투자자의 투자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규제가 필요하더라도 투자자의 위험 감수 능력과 투자 목적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총량 규제가 자본시장 상품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31일부터 강화된 기본예탁금 제도를 시행한 뒤 시장 수요와 거래 흐름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이어질 경우 투자요건 추가 강화와 개인별 투자한도 등 보다 직접적인 규제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