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AI 사업 영역을 바이오 산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SK바이오팜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난치성 암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초기 후보물질을 단기간에 발굴하면서 AI가 신약 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SK텔레콤은 SK바이오팜과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암세포 표적 단백질인 'ROR1'에 결합하는 신규 바인더 후보를 발굴하고, 이 가운데 실제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초기 유효물질 2종을 확보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AI를 활용해 방대한 수의 후보물질을 빠르게 설계하고, 실제 실험 가능성이 높은 물질만 선별하는 데 있다. 양사는 AI 분석과 실험실 검증을 결합해 기존보다 훨씬 짧은 기간 안에 후보물질을 찾아냈다.
ROR1은 혈액암과 다양한 고형암에서 과발현되는 세포 표면 단백질로, 정상 조직에서는 발현량이 적어 차세대 표적항암제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료 표적이다. 해당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바인더를 확보하면 암세포만 정밀하게 공격하는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다년간 축적한 신약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바인더 설계 전략과 검증 체계를 구축했고, SK텔레콤은 AI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생성하고 결합 가능성을 예측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AI 신약 개발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적용됐다. 신약 개발 초기에는 AI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SK텔레콤은 단백질의 작은 구조 단위인 프래그먼트를 다양한 형태로 조합하는 머신러닝 기술과 강화학습을 접목해 새로운 분자 구조를 스스로 탐색하도록 설계했다.
AI는 구조적 안정성과 표적 결합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반복적으로 학습했고, 이를 통해 기존 데이터에 없는 새로운 바인더 구조를 효율적으로 찾아냈다.
후보물질 선별 과정에서는 SK텔레콤의 GPU 기반 AI 인프라가 활용됐다. 수많은 후보물질을 동시에 분석한 뒤 AI 모델이 ROR1과의 결합 구조와 결합 가능성을 예측해 실험 대상으로 압축했고, 연구진은 이를 실제 실험으로 검증해 최종 후보를 도출했다.
가장 큰 성과는 연구 속도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약 5개월 만에 마무리했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 1~2년 정도 소요되던 초기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60% 이상 단축한 것으로, AI가 신약 개발 초기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AI가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연구원이 수많은 후보물질을 직접 설계하고 검증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AI가 최적의 후보를 먼저 제안하고 연구진이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 효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와 제약사들이 AI 기반 신약 개발 플랫폼 구축 경쟁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통신과 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융합 연구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이번 협력이 단순한 공동 연구를 넘어 SK그룹의 AI 사업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텔레콤은 AI 인프라와 모델 개발 역량을, SK바이오팜은 신약 연구와 임상 경험을 결합해 바이오 AI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기술이 상용화 단계까지 이어질 경우 신약 개발 비용 절감은 물론 치료제 개발 기간 단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암과 희귀질환처럼 신약 개발 난도가 높은 분야에서 AI 활용 사례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