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예술’이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구도와 색채, 질감까지 계산하며 인간보다 더 정교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완성도만 놓고 보면, 이미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앞섰다.
그러나 문제는 완성도가 아니다. 예술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축적된 시간의 흔적이기 때문이다.
서양화가 박현옥의 작업은 이 지점에서 AI와 분명하게 갈라진다. 그의 작품 속 꽃은 단순한 봄의 재현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이 겹겹이 쌓인 ‘시간의 표면’이다. 두텁게 올린 물감과 반복된 터치는 자연의 형태를 넘어,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생명의 순환을 물질로 붙잡는다.
AI가 만들어낸 꽃은 완벽하다.
하지만 그 꽃에는 시간이 없다.
AI의 이미지는 ‘순간’을 가장 정교하게 포착한다. 반면 박현옥의 회화는 ‘지속’을 견디며 만들어진다. 한 번의 클릭으로 생성된 이미지와 수십 번의 붓질이 쌓인 화면 사이에는 단순한 제작 방식 이상의 차이가 존재한다. 그것은 시간을 통과했는가 아닌가의 차이다.
더 중요한 것은 감정의 구조다.
AI는 감동을 ‘재현’한다. 인간이 감동을 느끼는 패턴을 학습하고, 그것을 다시 조합해낸다. 그래서 AI의 작품은 종종 아름답고, 때로는 놀랍도록 감동적이다.
하지만 그 감동은 짧다.
왜냐하면 그것은 경험이 아니라 결과만 존재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인간의 예술은 감정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를 포함한다. 박현옥의 작품에서 거칠고 두터운 질감은 단순한 표현 기법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과 시간의 압력이 화면 위에 남은 흔적이다.
그 흔적은 관람자에게 단순한 시각적 감상이 아니라, 존재의 밀도를 전달한다.
결국 차이는 이것이다.
AI의 예술은 완벽한 ‘표현’이고,
인간의 예술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래서 우리는 AI가 만든 이미지에 감탄하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반대로 인간의 작품 앞에서는 때로 불편하고 이해되지 않아도 쉽게 떠나지 못한다.
예술은 기술이 아니다.
예술은 시간을 견딘 감정의 구조다.
AI는 그 구조를 모방할 수는 있지만, 아직 그 안에서 살아본 적은 없다.
자연의 생명력과 순환의 미학을 회화로 풀어내는 박현옥 작가는 "봄의 빛과 맛을 담다" 타이틀로 오는 4월 7일(화) ~ 4월 30일(목)까지 서울 서초구 소재의 모예갤러리 2층에서 개인전을 진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