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허가 몇 건’보다 ‘반복매출’…의료AI 기업가치 계산법이 달라진다
[인사이트] ‘허가 몇 건’보다 ‘반복매출’…의료AI 기업가치 계산법이 달라진다
  • 연철웅
  • 승인 2026.10.0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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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어스는 가동 병상, 코어라인소프트는 CT 검사량…의료AI도 반복매출 검증 단계

계약이 실사용·매출·현금 회수로 이어지는 전환율과 운영비용 확인해야

 

의료 AI 기업의 가치평가가 인허가와 공급계약에서 실제 사용량과 반복매출의 질로 확대되고 있다. / AI 생성 일러스트레이션=Korea IT Times

국내 의료 인공지능(AI) 기업을 바라보는 자본시장의 평가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적합성인증(CE) 등 해외 인허가와 대형병원 공급계약이 주요 주가 상승 요인으로 평가됐다. 기술기업이 규제가 엄격한 의료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소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허가받은 제품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사용되고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원격환자 모니터링은 설치 병상과 병원 내 침투율, 의료영상 AI는 실제 분석한 검사 건수와 반복사용량이 주요 지표가 된다. 해외사업에서는 보험수가와 청구 여부, 계약 갱신률과 매출 인식 시점도 확인해야 한다. 의료 AI 산업은 기술 검증을 마친 제품이 의료현장에서 지속 가능한 매출을 만드는지를 평가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씨어스테크놀로지 분석에서 수출계약 발표보다 국내 모니터링 병상의 지속적인 확대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업의 매출 인식 시점을 주요 변수로 제시했다. 공급계약 규모와 실제 가동 범위가 다를 수 있어 설치 병상 가운데 유료 서비스가 적용된 비율과 병원별 사용기간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

의료영상 AI 분야에서는 코어라인소프트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독일에서 7월까지 신규 거래처 계약 77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간 약 10건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독일에서 고위험군 대상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폐암검진이 법정건강보험 체계에 들어오면서 관련 의료기관의 검진 시스템 구축도 확대됐다.

독일 폐암검진은 폐결절 하나를 찾는 AI만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1·2차 판독과 이전 영상 비교, 추적관찰, 품질관리까지 여러 기관과 판독자를 연결해야 한다. 의료영상 AI가 개별 소프트웨어에서 검진 업무 흐름의 일부로 적용되는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제품이 병원의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과 판독 업무에 안정적으로 연결되고 이전 검사와 현재 영상을 지속해서 비교할 수 있어야 반복검진에 사용할 수 있다.

계약보다 실사용과 현금 회수의 전환율이 중요하다

검진제도 편입은 의료 AI 기업의 매출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한 번 판매하는 계약이 많았지만, 검진 건수에 따라 비용을 지급하거나 일정 기간 사용한 뒤 계약을 갱신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SK증권은 지난 9월 23일 발표한 ‘탐방노트: 반복매출 시작 전망’ 보고서에서 코어라인소프트의 매출구조가 일회성 판매에서 반복매출로 바뀔 가능성에 주목했다. 올해 설치 확대가 내년 건당 과금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현재 확정된 실적이 아닌 증권사의 전망이다.

미국에서도 신규 인허가와 함께 기존 고객의 사용량과 계약 갱신기간을 보여주는 지표가 등장하고 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의료영상 후처리 전문기관인 3DR Labs와 4년째 구독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며 연간 사용량이 6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고객이 제품을 얼마나 반복해서 사용하는지를 보여준다. 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3% 증가해 전체 매출의 61.9%를 차지했고, 영업손실은 21% 축소됐다. 해외 설치 기반이 매출로 전환되기 시작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초기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계약 건수와 설치기관 수, 실제 가동기관 수, AI 분석 건수는 서로 다른 지표다. 해외 매출도 소프트웨어 사용권 판매와 건당 과금, 유지관리 매출로 구분해서 살펴봐야 한다. 의료 AI 기업의 상용화 과정은 인허가, 계약, 설치, 실사용, 수가·과금, 계약 갱신, 추가 제품 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인허가와 계약, 설치는 시장 진입 기반을 보여주며, 실사용과 과금, 갱신, 추가 공급은 제품이 병원 업무에 정착해 지속적인 매출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기업가치의 차이는 각 단계의 실적과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전환율에서 나타난다. 인허가 제품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비율, 계약기관 가운데 설치와 가동을 마친 비율, AI 분석 건수 가운데 보험청구와 매출로 연결된 비율을 확인해야 한다. 기관별 사용량과 계약 갱신률은 반복매출의 지속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추가 제품 도입은 기존 고객 안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계약금액이 모두 매출이나 현금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병원의 설치 일정과 검수, 보험청구, 정부와 공공기관의 지급절차에 따라 매출 인식과 대금 회수가 늦어질 수 있다. 해외 계약에서는 현지 인허가와 시스템 연동, 의료진 교육이 완료된 뒤 실제 사용이 시작되기 때문에 계약 발표와 매출 발생 사이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계약 규모와 함께 실제 가동까지 걸리는 시간과 매출 인식 이후 대금 회수기간을 살펴야 한다.

반복매출의 규모와 수익성도 구분해야 한다. 분석 건수가 늘어나면 클라우드와 연산비용, 병원별 시스템 연동, 보안관리, 의료진 교육과 현지 고객지원 비용이 함께 증가할 수 있다. 가동기관당 매출과 검사당 수익에 이러한 운영비용을 반영해야 반복매출의 질을 판단할 수 있다. 이 기준은 코어라인소프트뿐 아니라 씨어스테크놀로지를 포함한 원격환자 모니터링 기업과 국내외 의료영상 AI 기업에도 적용된다. 기업이 계약 병상·병원 수와 실제 사용량, 보험청구, 현금 회수를 구분해 공개해야 같은 기준으로 상용화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보험수가와 병원 통합이 반복매출을 결정한다

의료 AI 기업의 경쟁력은 알고리즘의 정확도와 함께 병원 업무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되고 제도적 지불체계와 연결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한 번 확보한 고객이 제품을 지속해서 사용하고 계약을 갱신하는지가 장기 매출을 좌우한다. 미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지불구조와 실제 임상 업무 정착이 의료 AI 확산의 주요 과제로 구체화되고 있다. 미국의학정보학회지(JAMIA)는 지난 7월 게재한 ‘Translating Innovation into Payment: A.I. Reimbursement in U.S. Health Care’에서 임상 AI가 기존 행위별 수가와 추가지급, 의료행위용 코드에 분산돼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지불방식이 AI의 업무 통합과 반복사용에 따른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서비스센터(CMS)는 일부 AI 기반 의료행위에 CPT·HCPCS 코드와 신기술 추가지불제도(NTAP)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청구코드가 존재한다고 보험지급이 자동으로 보장되지는 않는다. 환자 적응증과 의료적 필요성, 의료진 자격, 보험자의 급여정책과 청구조건을 충족해야 실제 지급으로 이어진다. 기업의 사업 전망을 평가할 때도 코드 확보와 보험자의 지급 여부를 구분해야 한다.

보험수가와 국가검진 편입은 반복적인 사용 기반을 만들지만 기업의 정책 의존도도 높인다. 급여 대상과 지급액, 의료기관의 자격요건이 바뀌면 예상 검사량과 매출도 달라질 수 있다. 제도권 진입에 따른 성장 가능성과 함께 기업의 가격 결정권과 급여 유지기간을 살펴야 한다. 특정 국가와 제도에 대한 매출 집중도 역시 장기 매출의 안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유럽에서는 의료 AI의 임상 도입과 병원 시스템 통합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유럽지역사무소(WHO/Europe)가 지난 4월 발표한 ‘Artificial Intelligence Is Reshaping Health Systems: State of Readiness Across the European Union’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국의 74%가 의료영상과 질병 탐지를 포함한 AI 진단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WHO는 의료진 교육과 데이터 거버넌스, 안전한 도입을 위한 공통 기준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임상현장에서 AI를 사용하더라도 의료진이 기술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이해하고 최종 판단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운영체계가 필요하다.

유럽보건데이터공간(EHDS)은 의료영상과 관련 판독문을 우선 교환 대상 의료데이터에 포함했다.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상호운용성과 접근기록 기능은 데이터 유형에 따라 2029년과 2031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EHDS는 의료기관과 국가 사이에서 데이터를 안전하게 교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며, 의료영상의 기술표준 자체를 정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의료기관이 시스템을 교체하거나 다른 기업의 AI를 추가할 때 데이터를 이동할 수 있어야 특정 공급자에 대한 종속과 중복 통합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병원 시스템과의 통합 수준은 기업의 계약 유지력을 높이는 동시에 공급자 종속 위험을 만들 수 있다. 데이터와 과거 분석 결과를 다른 제품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외부 알고리즘을 추가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장기 경쟁력은 표준화된 연동과 검증된 임상 성과를 바탕으로 고객이 계약을 갱신하도록 만드는 능력에서 평가해야 한다.

영상AI 분야에서는 코어라인소프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어라인소프트의 독일 계약 확대와 미국 구독계약, 해외 매출 증가는 의료영상 AI가 인허가와 초기 공급을 거쳐 반복사용 시장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음 평가 단계는 계약기관의 실제 가동 비율과 검사량이 보험청구, 매출 인식, 계약 갱신과 현금 회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여기에 클라우드와 시스템 연동, 보안, 의료진 교육과 고객지원 비용을 반영해야 반복매출의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 의료 AI 기업의 장기 가치는 계약 규모와 함께 임상현장에 정착한 제품이 지속적인 현금흐름과 환자 성과를 만드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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