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산 리튬 활용해 비중국 공급망 구축…북미 ESS 사업 확대
SK온이 포스코퓨처엠과 1조원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집중해온 SK온이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핵심 소재부터 비중국 공급망을 갖추려는 움직임이다.
SK온은 22일 포스코퓨처엠과 LFP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 3년이다. 양사는 2029년 이후 추가 공급 계약도 논의할 예정이다.
공급받은 양극재는 SK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ESS용 LFP 배터리 셀에 사용된다.
전기차 넘어 ESS…LFP 조달망부터 확보
이번 계약은 SK온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와 맞물려 있다.
SK온은 그동안 전기차용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북미를 중심으로 ESS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ESS는 전기차와 달리 높은 에너지 밀도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수명, 안정적인 대량 공급 등이 중요해 LFP 배터리의 활용도가 높은 시장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소재의 원산지도 중요해졌다. 중국 기업들이 LFP 소재와 배터리 공급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의 대중국 공급망 규제가 이어지면서 현지에서 사업을 확대하려는 배터리 업체들은 비중국산 소재 확보가 필요해졌다.
SK온이 이번 계약에서 국내 포스코퓨처엠을 공급사로 선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포스코퓨처엠이 공급하는 LFP 양극재에는 포스코그룹이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확보한 리튬이 활용된다.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포항 공장의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했으며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배터리 소재 업체들이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 양극재에 집중했던 점을 고려하면 LFP 공급망에서도 국내 배터리사와 소재사의 협력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포항에서 양극재 생산해 조지아로
공급 구조도 비교적 선명하다. 아르헨티나에서 확보한 리튬을 기반으로 포스코퓨처엠이 국내에서 LFP 양극재를 생산하고, 이를 SK온의 미국 조지아 공장으로 보내 ESS용 배터리 셀을 만드는 방식이다.
SK온으로서는 중국산 LFP 소재 의존도를 낮추면서 미국 현지 생산까지 연결할 수 있다. 포스코퓨처엠도 기존 하이니켈 중심의 양극재 사업에서 LFP로 제품군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특히 LFP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생산 규모와 가격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얼마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그룹 차원의 원료 조달과 새로운 생산 공법을 통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온, 북미 ESS 고객 확보도 병행
소재 공급망 구축과 함께 SK온은 북미 ESS 고객사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온은 지난 8월 미국 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LFP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 포스코퓨처엠 계약은 이들 고객사 확대에 맞춰 실제 생산에 필요한 소재 공급망을 미리 확보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2027년부터 조지아 공장에서 사용할 LFP 양극재 물량을 3년 단위로 확보하면서 북미 ESS 사업의 생산 기반을 갖추는 것이다.
김성탄 SK온 원소재구매실장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미국 ESS 수요 확대에 맞춰 탈중국 공급망 구축과 핵심 소재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략적 협력을 통해 ESS 시장에서 안정적인 소재 조달과 시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가 이전보다 둔화된 상황에서 ESS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새롭게 공을 들이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SK온 역시 전기차 배터리 생산설비와 기술을 활용하면서 LFP로 제품군을 넓히는 전략을 택했다.
이번 계약은 그 과정에서 배터리 셀뿐 아니라 양극재까지 비중국 공급망으로 묶었다는 데 무게가 있다. 향후 북미 ESS 수주가 늘어날 경우 포스코퓨처엠과의 LFP 협력 규모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