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들의 장기 단식과 국회 기자회견이 보여주는 현실은 단순한 노사 갈등이나 개별 기업의 경영 문제가 아니다. 이미 사태는 특정 기업의 구조조정 범위를 넘어 고용, 지역 상권, 협력업체 생태계까지 흔드는 복합적 사회 위기로 번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정상화 약속 이행”과 “긴급 운영자금 지원”을 요구했다. 노동자들의 단식 농성은 한 달을 넘어섰고, 일부는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는 더 이상 상징적 투쟁이 아니라 생존을 건 절박한 외침에 가깝다.
핵심 쟁점은 명확하다.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와 회생 과정이 시장 논리에만 맡겨진 채, 사회적 충격을 흡수할 완충 장치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책임 논란, 채권단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정보 비대칭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 상인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다.
특히 홈플러스는 단순한 유통 기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의 고용과 지역 소비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 인프라에 가깝다. 한 유통망의 붕괴는 고용 충격을 넘어 지역 경제의 동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시장 자율 조정’이라는 틀에만 가두는 것은 위험하다.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역할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약속했던 정상화 지원 방안, 공적 자금 또는 공공기관(예: 유암코)의 역할 재조정, 긴급 운영자금 투입 여부 등은 이제 선언적 수준이 아니라 실행 단계로 옮겨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해관계자 간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것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회생 절차가 길어질수록 자산 가치는 하락하고, 그 피해는 노동자와 중소 협력업체, 지역 상권에 집중된다. “자금 투입이 늦어질수록 30만 민생의 삶이 무너진다”는 국회 지적은 과장이 아니라 현실에 가깝다.
정부는 더 이상 관찰자 위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장 논리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위기라면, 공공의 개입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기업을 살리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과 지역경제를 함께 지켜낼 수 있는 사회적 해법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이미 한국 유통산업 구조와 사모펀드 중심 기업 지배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 됐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단일 기업의 실패를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봉책이 아니라 결단이다. 정부는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개입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