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 인프라를 바라보는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제 경쟁력은 더 많은 컴퓨팅 자원이나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발생해도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과 AI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능력에서 결정된다. 2025년 10월에 발생한 AWS 장애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단순한 서비스 장애를 넘어 전 세계 디지털 경제가 소수의 중앙집중형 클라우드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드러냈으며, 효율성을 위해 선택한 구조가 오히려 시스템 전체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는 AI 시대의 경쟁력이 알고리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기반이 되는 데이터와 인프라를 신뢰할 수 없다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Korea IT Times는 글로벌 분산형 데이터 인프라 네트워크 SQD를 개발·운영하는 스위스 기업 섭스퀴드 랩스(Subsquid Labs)의 반야 오버호프(Wanja Oberhof) CEO와 독점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버호프 CEO는 2025년 AWS 장애를 통해 드러난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구조의 한계를 진단하며, AI 시대에 요구되는 디지털 인프라의 새로운 방향과 원칙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제시했다.
다음은 반야 오버호프 CEO와의 일문일답이다.
Q1. 2025년 10월 발생한 AWS 장애는 전 세계 디지털 경제가 소수의 중앙집중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 사건은 단순한 운영상의 장애였나, 아니면 오늘날 인터넷 구조가 안고 있는 더 근본적인 취약성을 드러낸 사건이었다고 보는가?
두 가지 모두라고 생각한다. 다만 운영상의 장애 자체는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서비스 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어떤 클라우드 사업자도 예외는 아니다. 2025년 10월 AWS 장애가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인증(authentication)과 라우팅(routing) 같은 핵심 기능이 하나의 리전에 집중돼 있었고, 그 결과 장애의 영향 범위가 예상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업계가 선택해 온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적은 수의 클라우드 사업자에 워크로드를 집중시켜 왔다. 그러나 이러한 집중은 결국 하나의 장애가 여러 시스템으로 동시에 확산되는 구조적 위험을 만들었다. 많은 기업이 같은 사업자의 다른 리전을 백업으로 운영하며 위험을 분산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같은 은행에 비상금을 다른 계좌로 나눠 보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은행 자체에 문제가 생기면 두 계좌 모두 안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선택이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선택한 기업들은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포기하는 대신 훨씬 높은 효율성을 얻었다. 직접 서버를 운영하거나 데이터센터를 관리할 필요가 없었고, 대부분의 기업이 자체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가용성을 더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문제는 거의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했다는 데 있다.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구조 안에 집중된 것이다. 우리는 극도로 효율적인 인터넷을 구축했지만, 동시에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구조적 취약성도 함께 만들어 왔다. 다음 장애를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장애가 발생했을 때 경제 전체가 얼마나 큰 충격에 노출될 것인지는 지금 어떤 인프라를 선택하고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Q2. AI가 경제와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이 되고 있는 지금, 디지털 인프라도 에너지·통신·교통과 같은 국가 전략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 디지털 인프라가 멈추면 우리의 일상도 함께 멈춘다. 결제와 물류, 의료 기록, 공공서비스 등 현대 사회의 핵심 기능이 이미 디지털 인프라 위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AI의 경쟁력은 결국 컴퓨팅 자원과 데이터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는 의료 진단과 사기 탐지, 국경 관리 등 국가의 핵심 서비스도 AI를 기반으로 운영될 것이다.
에너지나 철도와 디지털 인프라의 가장 큰 차이는 관할권이다. 전력망은 국가 안에 있지만, 클라우드와 AI 모델, 데이터 파이프라인은 국경 밖에 존재한다. 오늘날 국가가 의존하는 디지털 인프라의 상당 부분은 다른 나라의 법과 기업의 정책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전력회사나 통신회사는 규제할 수 있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내려진 하나의 설계 결정 때문에 병원이 환자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결국 정부가 고민해야 할 것은 분명하다.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디지털 인프라에 어디까지 의존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바꾸기 위해 어떤 인프라를 직접 구축할 것인가.
Q3. 탈중앙화는 오랫동안 블록체인과 함께 이야기돼 왔다. 이제는 암호화폐를 넘어 AI 인프라의 현실적인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하지만 이유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철학적인 문제가 아니다. 과거 탈중앙화는 장애에 강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속도와 비용을 희생해야 하는 구조였다. 대부분의 기업이 이를 선택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분산형 아키텍처는 이제 속도와 안정성, 처리 성능, 비용까지 기존 방식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SQD는 전 세계 약 2,000개의 독립적인 노드로 운영된다. 일부 노드에 장애가 발생해도 전체 네트워크는 계속 작동하며, 데이터 가용성도 유지된다. 이것은 철학이 아니라 장애를 전제로 설계된 인프라다. 기업들이 이 구조를 선택하는 이유도 탈중앙화의 철학 때문이 아니다. 더 빠르고 안정적이며 일관된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AI 시스템은 실시간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하나의 장애 지점이나 특정 운영자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업무에 맞춰 인프라를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프라가 AI의 가능성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Q4. 많은 기업이 여전히 시스템 안정성보다 효율성과 비용 절감을 우선한다. 장애에 강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 되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기술과 규제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바꾸는 가장 큰 힘은 결국 경제적 유인이다.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 반면 비용 절감 효과는 즉시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안정성보다 효율성을 먼저 선택한다. 앞으로는 세 가지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서비스 장애로 발생하는 비용을 명확하게 계산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를 예방하는 투자가 비용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다. 둘째, 고객은 공급업체에 "당신의 시스템이 멈추면 무엇이 함께 멈추는가"를 묻기 시작해야 한다. 공급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체 서비스가 멈춘다면, 가동률 99.99%도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장애에 강한 구조는 더 이상 비용이 많이 드는 선택이어서는 안 된다. 분산형 아키텍처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애를 방치하는 비용이 이를 예방하는 비용보다 커질 때, 기업은 비로소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하게 될 것이다.
Q5. AI 시스템이 방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차세대 데이터 인프라는 어떤 특징을 갖게 될 것으로 보는가?
향후 10년의 데이터 인프라는 하나의 공식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확성(correctness), 최신성(freshness), 신뢰성(reliability)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다. AI 시대에는 어느 한 요소만 뛰어나서는 충분하지 않다.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하듯 잘못된 정보를 다시 확인할 시간을 갖지 않는다. 처음부터 검증된 실시간 데이터를 전제로 움직여야 하며, 블록체인 데이터도 예외는 아니다. 블록체인 인프라는 원래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해 설계됐지, 빠르게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존 구조를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록 중심의 인프라를 고속 데이터 제공 구조로 발전시키는 것이 진짜 기술적 과제가 된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중립성(neutrality)이다.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이러한 데이터에 의존하게 될 것이다. 만약 데이터가 특정 중앙집중형 사업자에게만 의존한다면, 그 사업자에 문제가 발생하는 순간 AI 시스템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미래의 데이터 인프라는 사람뿐 아니라 기계를 위해서도 설계된,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을 갖춘 구조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Q6. 유럽연합(EU)의 MiCA는 디지털 신뢰와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규제 체계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규제와 탈중앙화 인프라는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나는 두 가지가 경쟁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본다. MiCA와 같은 제도가 등장한 이유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자신들이 구축하는 데이터와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점이 탈중앙화 인프라가 처음부터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목적이다. 검증 가능하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데이터는 규제를 우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규제 당국이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핵심 가치다.
은행과 결제 사업자, 대기업 등 온체인 환경으로 전환하는 기관들은 이제 규제를 받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블랙박스'와 같은 시스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은 특정 운영자의 설명을 믿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데이터를 검증할 수 있는 구조와 신뢰를 특정 주체에 의존하지 않는 인프라를 원한다. 이것이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중립성(credible neutrality)'이 제공하는 가치이며, 규제 당국이 실제로 확인하고 감사할 수 있는 기록(audit trail)의 기반이 된다.
오히려 규제가 탈중앙화 인프라의 확산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도입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 이 분야에 대한 검증과 감독이 강화될수록, 처음부터 검증 가능하도록 설계된 인프라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Q7. 앞으로 AI 시대의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정부와 기업에 가장 중요한 조언을 한다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앞으로 AI 기술은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 새로운 서비스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도 지금보다 훨씬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AI의 성능은 결국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고 활용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앞으로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자체보다 데이터가 얼마나 정확하고 검증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특정 기업이나 기관을 무조건 신뢰해야만 하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가 맞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독립적으로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설계해야 한다. 이것이 앞으로 AI 시대 디지털 인프라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될 것이다.
속도와 규모만으로는 회복탄력성을 확보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자신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정확한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지금 신뢰를 설계하는 정부와 기업은 미래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반대로 이를 뒤로 미룰수록 신뢰를 회복하는 데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