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기후 협상 테이블에서의 식량 쟁취: COP30에서 레시네가 던진 질문들
UN 기후 협상 테이블에서의 식량 쟁취: COP30에서 레시네가 던진 질문들
  • Korea IT Times 편집국
  • 승인 2026.01.2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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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사베타 레시네, 브라질 영양학 전문가가 ‘식량 시스템’의 불편한 진실을 UN 기후 정상회의 한복판으로 가져오다

기후위기는 결국 ‘무엇을 어떻게 먹고, 누가 그 비용을 치르느냐’의 문제다. 해법은 이미 현장에 존재하지만, 이를 확산시키는 힘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의 정렬과 정치적 실행력에서 나온다.

2025년 11월, 수천 명의 대표단이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위해 브라질 벨렝(벨렘)에서 열린 COP30에 모였다. 회의장에 제공된 식사는 그 자체로 메시지였다. 2주간 행사 기간 동안 현지에서 조달된 지속가능 식재료 기반의 식단이 제공되며 ‘기후 친화적 농업’의 가능성을 전시장처럼 보여줬다.

엘리사베타 레시네(Elisabetta Recine)는 브라질 국가식량·영양안보위원회(Consea) 의장이자 지속가능 식량시스템 국제 전문가 패널(IPES-Food) 자문위원이다. 그는 UN 식량안보·영양 고위 전문가 패널(HLPE/CFS)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브라질리아대학교 영양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식량과 기후를 논할 때 레시네의 관점은 연구 기반 분석과 정책 실행 경험이 함께 움직인다.

식량 시스템이 COP30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명확하다. 농업 생산부터 가공, 운송, 소비, 폐기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식량 시스템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고 산림 파괴의 주요 압력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동시에 가뭄·홍수·폭염 같은 극한 기상은 수확량을 흔들며 식량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

이처럼 식량과 기후는 서로를 악화시키는 구조로 연결돼 있지만, 국제 기후협상에서 식량 시스템은 오랫동안 주변 의제로 취급돼 왔다. 그래서 COP30은 ‘전환점이 될 수 있는 회의’로 기대를 모았다. 개최국 브라질이 기아 감소와 지속가능 농업 촉진에서 성과를 축적해온 국가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COP30을 “진실의 COP”라고 불렀다. 많은 관측자들은 이 표현을, 미뤄왔던 어려운 대화가 이제는 공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브라질은 국가 차원의 정책 조합을 통해 수백만 명을 기아에서 벗어나게 했고, 2025년에는 G20 차원의 ‘기아·빈곤 종식 글로벌 연합(Global Alliance Against Hunger and Poverty)’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아마존 관문에 위치한 벨렝(벨렘)은 산업형 농업이 남긴 환경 비용을 논하기에 상징성이 큰 장소였다.

레시네는 COP30을 앞두고 공동 기고문을 통해, 브라질이 ‘기후 행동’과 ‘식량 시스템 전환’을 연결하는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기후계획에 농업 전환을 포함시키고, 생산자와 노동자 등 공급망 전반의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식량 시스템은 무역·농업·공중보건·노동권·문화 전통을 동시에 건드리는 영역이어서, 국가 간 합의가 구조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제기됐다.

COP30에서는 농업 관련 프로그램도 일부 출범했다. 훼손된 토지 복원, 소농 지원 등 전환을 향한 조치들이 논의됐지만, 레시네와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시도들이 정작 핵심 원인인 ‘산업형 식량 시스템이 만들어낸 구조적 압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해결책을 말하면서도 원인을 정면으로 언급하지 않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평가다.

레시네가 특히 강조한 문제는 ‘글로벌 협상’과 ‘로컬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브라질이 기아를 줄였던 방식은 단순한 예산 확대라기보다,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거버넌스 설계에 가까웠다. 정부는 식량 안보를 ‘권리’로 보고 여러 부처가 협력하는 조정 메커니즘을 가동했다. 이 접근은 국제 협상 문서에서 자주 빠지는 ‘정치적 실행력’의 문제를 다시 묻는다.

레시네는 해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농생태학 기반 생산자, 원주민 공동체, 가족농 등은 이미 현장에서 다양한 전환 모델을 실행하고 있다. 다만 이를 확대하려면 정치적 의지와 제도적 정렬이 필요하다. 기후·농업·무역·공중보건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맞춰지지 않으면, 성공 사례는 현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레시네는 브라질리아대학교의 식량·영양안보 정책 관측소(Observatory for Food and Nutrition Security Policies)도 총괄한다. 그는 사회개발부와 보건부 등과 협력해 기아 감소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에도 참여해 왔다. 이번 COP30에서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농업 의제 확대’가 아니라, 기후 테이블 한가운데에 ‘먹는 문제’를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가깝다.

이번 영상 인터뷰는 식량 시스템이 기후위기의 원인이자 피해자라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왜 국제 협상은 반복적으로 이 문제를 부차적 의제로 밀어내는지,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해법을 어떻게 ‘규모화’할 것인지가 핵심 질문으로 남는다. 결국 선택의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정치와 정책의 실행력에 가깝다.

Elisabetta Recine: 브라질 국가식량·영양안보위원회(Consea) 의장. 지속가능 식량시스템 국제 전문가 패널(IPES-Food) 자문위원. UN 식량안보·영양 고위 전문가 패널(HLPE/CFS) 위원(2017–2019, 2022–2025). 브라질리아대학교 영양학 교수이며, 식량·영양안보 정책 관측소를 총괄한다.

Layne Hartsell(USA): 태국 방콕 출라롱꼰대학교 철학과 과학·기술·사회(CSTS) 연구센터 연구원. 필리핀 민다나오 North Valley College Bioregional Letters 연구자. 다수의 국제 연구·교육 기관에서 융합 및 3E(Energy, Economy, Environment) 분야 연구 경력을 보유했으며, Korea IT Times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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