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협력사와의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근로자 복지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대규모 상생 프로그램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마련한 개선안으로, 총 지원 규모는 113억원에 달한다.
공정위는 10일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 사건과 관련해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스스로 시정방안과 상생 대책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를 심사해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삼성중공업은 사내협력업체에 선박 임가공 업무를 맡기는 과정에서 일부 계약서를 작업 시작 이후 발급한 것으로 조사받아 왔다. 회사는 법적 다툼 대신 거래 시스템 개선과 협력사 지원 확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번 개선안에는 계약 체결 및 관리 절차를 전산화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관련 교육을 정례화하고 원·하청 간 소통을 위한 상설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협력사 지원책도 대폭 강화된다. 삼성중공업은 기존 동반성장 지원금을 연간 30억5000만원 규모로 확대하고, 협력사 근로자들을 위한 명절 귀향비와 휴가비 지원 제도를 신설한다. 해당 지원 예산은 연간 52억5000만원 규모다.
숙련 인력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희망공제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 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적립하면 기업 지원금을 더해 만기 시 목돈을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총 20억원이 투입된다. 공동근로복지기금 역시 기존보다 10억원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방안이 거래질서 개선과 협력사 지원 측면에서 실효성을 갖춘 것으로 보고 동의의결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향후 세부안을 마련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제안한 상생 프로그램 규모는 통상 예상되는 제재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협력사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성과급 지급 계획까지 포함될 경우 하도급 동의의결 사례 가운데서도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협력사와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현장의 거래 관행을 더욱 투명하게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준비했다”며 “원·하청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 생태계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조선업 수주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숙련 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협력사 경쟁력 강화와 인력 유출 방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단순한 제도 개선을 넘어 근로자 복지와 성과 보상까지 포함한 상생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