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글 | 홍승권 변호사, 법무법인 판 변호사(skh@law-pan.com)
회사를 그만두면 으레 퇴직금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일을 그만두려는데 회사가 “당신은 프리랜서라 퇴직금이 없다"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분명히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일했는데 일을 끝낼 무렵 “나는 근로자였으니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 걸까?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한 사업장에서 4주간 평균 1주에 15시간 이상을, 1년 이상 계속 일한 근로자가 퇴직하면 사용자가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가리지 않는다. 즉, 퇴직금은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권리다.
근로기준법이 말하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뜻한다. 반면 프리랜서는 특정 회사에 매이지 않고 자기 판단으로 일을 처리하는 독립된 사업자다. 일한 대가를 받기는 하지만, 그것은 임금이 아니라 용역의 대가다. 그래서 프리랜서로 계약을 맺고 일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니고, 따라서 퇴직금도 없다.
하지만 근로자와 프리랜서의 구별이 애매한 경우가 많다. 회사가 퇴직금 등의 부담을 피하려고 실제로는 근로자처럼 부리면서 계약서만 프리랜서로 작성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말로 자유롭게 일하는 프리랜서로 계약하고 그렇게 일해 왔는데 막상 관계가 끝날 때가 되자 사실 근로자였다며 퇴직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그 관계의 실질을 보아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근로관계의 다양성을 생각할 때 이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근로자와 프리랜서의 구별이 애매한 현실에서 그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근로자인지 프리랜서인지에 대한 판단은 회사가 업무 내용을 정하고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는지, 근무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고 거기에 구속되는지, 본인이 일을 대신할 사람을 쓸 수 있는지, 보수가 일 자체의 대가인지 아니면 성과에 따른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그러한 판단은 실제로 쉬운 것은 아니다. 메신저로 업무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근로자성을 보여주는 징표일 수 있지만, 단순히 대화를 나눈 것이지 지시를 받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비슷한 예로 출근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출근 후 보고를 하였다면? 하지만 근무지 이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면?
실제로 근로자로 인정받아 퇴직금을 지금 받거나 아니면 반대로 프리랜서로 인정되어 퇴직금을 지급받지 못한 다양한 사례가 많은데, 이처럼 사소한 사실들이 모여서 프리랜서인지가 결정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여러 가지 상황들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그러므로 필자의 생각으로는 프리랜서 계약은 정말로 상대가 프리랜서일 때 맺어야 한다. 퇴직금을 아끼겠다고 근로자를 프리랜서로 둔갑시켜 계약하면 나중에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그동안의 퇴직금을 한꺼번에 토해 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일단 노동부에 신고가 들어가면 사업주가 받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그러다 보니 끝까지 다퉈서 법원에서 판결을 받기보다는, 그전에 적절한 합의를 통해 퇴직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보상해 주고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프리랜서로 고용하기로 했다면 그 자율성이 실제로 보장되도록, 근로자로 채용했다면 그에 맞는 처우를 분명히 해 두는 것이 분쟁을 막는 지름길이다.
필자 소개
홍승권 변호사는 법무법인 판의 변호사로서 민사·형사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 재산권 질서, 규제 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