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이른 아침, 레인 하셀(Layne Hartsell)은 환경철학자 글렌 올브레히트(Glenn Albrecht)와 인간과 환경 사이의 깊은 심리적 유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 관계가 생태 파괴로 인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을 주제로 했다.
올브레히트는 생태학과 심리학의 경계를 허무는 연구에 평생을 바쳐왔다. 그는 현대인이 느끼는 생태적 불안과 상실을 설명할 새로운 언어를 제시하고, 동시에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회복과 번영의 길을 제안한다.
그가 이 분야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환경 파괴를 직접 경험한 농촌 지역과의 현장 소통이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어퍼 헌터 밸리(Upper Hunter Valley)에서 그는 노천석탄 광산 개발이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는 모습을 목격했다. 베이스워터와 리델 발전소는 단기적 이익을 위해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를 희생시킨 ‘추출 경제(extractive economy)’의 상징이 되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환경 파괴가 사람들에게 독특한 형태의 심리적 고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통찰에서 탄생한 개념이 바로 ‘솔라스타지아(Solastalgia)’다. 이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고향 환경이 부정적으로 변화할 때 느끼는 상실감과 괴로움을 의미한다. 향수를 뜻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가 먼 과거나 장소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면, 솔라스타지아는 ‘내가 여전히 그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낯설게 변해버린 풍경을 바라보는 슬픔’을 표현한다. 오늘날 전 세계 곳곳에서 광산 개발, 삼림 파괴, 기후변화, 도시 확장 등으로 이 감정을 공유하게 되었다.
올브레히트는 이를 확장해 ‘사이코테라티카(psychoterratica)’라는 개념적 틀을 제시했다. 이는 지구 환경과 관련된 모든 정신 건강 상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연구 영역이다. 그는 인간의 정신적 안녕이 생태계의 건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본다. 도시화와 지구 규모의 환경 교란이 가속화될수록 정신적 피해 또한 증폭된다는 것이다. 세계 각지의 공동체가 ‘자기 터전과의 관계’가 훼손되는 동일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그의 철학의 핵심에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즉, 인간이 본능적으로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성향—가 있다. 올브레히트는 단순히 파괴와 상실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이 다시 공생할 수 있는 ‘심바이오신(Symbiocene)’의 시대를 모색한다. 그는 보존과 개발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고, 생태계와 인간 공동체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과 기술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화는 또한 생태적 회복력에 있어 거버넌스의 역할을 다뤘다. 하셀과 올브레히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 분배가 자연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원주민 공동체의 ‘토지 주권(tribal sovereignty)’이 얼마나 중요한지 논의했다. 토착민들은 땅과의 관계 속에서 바이오필리아적 가치를 체현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브레히트는 이를 “사랑의 승리”라 부른다. 장소와 생명체에 대한 깊은 애착이야말로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이끌어낼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구 감정(Earth Emotions)’이라는 언어를 통해 인간의 심리적 반응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연과 조화로운 번영을 향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시한다.
대담자 소개
글렌 올브레히트(Glenn Albrecht)는 환경철학자로, 생태계와 인간 건강의 관계를 이론적·실천적으로 탐구해왔다. 그는 호주 머독대학교 지속가능성학 교수로 재직하며 ‘사이코테라틱(psychoterratic)’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솔라스타지아’ 개념을 통해 부정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경험을 정의했다. 또한 멸종 위기 종의 이주와 관련된 동물윤리 연구 등 폭넓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https://glennaalbrecht.wordpress.com)
대담 진행자 소개
레인 하셀(Layne Hartsell, 미국 / 雷恩∙哈트塞尔 / 마이클 레인 핫셀)은 현재 Korea IT Times 이사회 멤버이자, 방콕 쭐랄롱껀대학교 철학과 산하 과학·기술·사회연구센터와 도쿄 아시아연구소의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숙명여자대학교 융합학부 및 아시아여성정보네트워크센터 연구소 조교수, 성균관대학교와 첨단나노기술연구소 연구교수, 방콕 마히돌대학교 의과대학 생물정보학 강사, 버지니아대학교 의대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