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자본효율·주주환원 연결한 밸류업 전략…해외 투자자의 재평가 주목
국내 금융주의 기업가치 제고 경쟁을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넘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만들어내느냐가 금융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장기 액티브 투자자인 미국 캐피털그룹(Capital Group)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다시 5% 이상으로 늘린 점이 주목된다. 단순한 지분 확대를 넘어 한국 금융주를 바라보는 글로벌 장기자본의 투자 기준과 신한금융의 밸류업 전략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캐피털그룹은 지난 8월 26일 기준 신한금융 주식 2356만8346주를 보유해 지분율 5.02%를 기록했다. 전날까지 5% 미만이었던 지분율은 11만5260주를 추가 매입하면서 대량보유 보고 기준인 5%를 넘어섰다.
캐피털그룹은 장내 주식과 장외 증권예탁증권 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대했으며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올해 6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3조6000억달러를 넘는 캐피털그룹은 단기적인 주가 흐름보다 기업의 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다. 과거에도 신한금융 지분을 5% 이상 보유했다가 일부를 처분한 바 있어 이번 지분 확대는 신한금융에 대한 장기 투자자의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5%보다 중요한 것은 '왜 다시 늘렸나'
이번 공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5.02%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이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실적 개선이 맞물리는 시점에 글로벌 장기 투자자가 다시 5% 이상 주주로 올라섰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 총주주환원율 50% 이상, 보통주자본비율(CET1) 13% 이상을 주요 목표로 제시해 왔다.
과거 금융지주의 밸류업 전략이 배당을 얼마나 늘리고 자사주를 얼마나 소각하느냐에 집중됐다면 신한금융이 최근 강조하는 방향은 조금 다르다. 수익성과 자본효율을 높여 주주환원의 기반 자체를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ROE를 높이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이익을 성장투자와 주주환원으로 다시 연결하는 구조다.
신한금융 관계자도 캐피털그룹의 지분 확대와 관련해 밸류업 2.0을 통한 지속 가능한 주주가치 제고 노력과 비은행을 중심으로 한 그룹사 실적 개선에 따른 ROE 향상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주환원 경쟁에서 '자본배분 경쟁'으로
신한금융의 밸류업 전략 역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신한금융은 당초 2027년 달성을 목표로 ROE 10%, 총주주환원율 50%, 주식 수 5000만주 이상 축소라는 기업가치 제고 목표를 제시했다. 이후 주요 목표를 예상보다 빠르게 달성하면서 올해 '밸류업 2.0'을 통해 새로운 자본정책 방향을 내놨다.
핵심은 주주환원 자체를 최종 목표로 두지 않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지속적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익성이 필요하다. 반대로 지나친 주주환원으로 성장투자 여력이 줄어들면 장기적인 ROE 개선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
결국 밸류업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것은 '얼마를 돌려주느냐'뿐 아니라 '남은 자본을 어디에 배분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신한금융이 수익성, 성장성, 자본효율과 주주환원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려는 이유다.
비은행 회복도 그룹 가치 재평가의 변수
그룹의 수익구조 변화도 이러한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3조442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은행의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에 더해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나타나면서 그룹 전체 수익원의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은행 중심의 이익구조에서는 금리와 대출 성장에 따라 그룹 실적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반면 증권·보험·자산운용·WM 등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익원을 분산하는 동시에 그룹 전체의 자본효율을 끌어올릴 여지가 생긴다.
신한금융이 단순한 외형 확대보다 ROE 개선과 비은행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 금융주의 무엇을 보기 시작했나
캐피털그룹의 이번 지분 확대를 신한금융의 밸류업 전략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판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시된 보유 목적 역시 '단순 투자'다.
다만 글로벌 장기 투자자가 기업을 평가할 때 지속 가능한 수익성과 자본효율, 주주환원 능력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번 지분 변화가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한국 금융주는 오랫동안 높은 이익 규모에도 불구하고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업종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ROE와 CET1을 중심으로 자본정책을 정교화하고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확대하면서 시장의 평가 기준도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많은 이익을 내는 금융회사보다 확보한 자본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면서 성장과 환원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 금융회사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밸류업 2.0 역시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얼마나 많은 자본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그 자본으로 얼마나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고, 다시 어디에 배분할 것인가다.
캐피털그룹의 5.02% 지분 보유는 그 답을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시장 신호다. 신한금융의 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글로벌 장기자본의 평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