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최근 국내 증시 급락과 높은 변동성의 원인으로 정부의 단기 주가 부양 중심 금융정책을 지목하며 정책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도입 과정에서 위험 관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금융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30일 논평을 통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급격한 변동은 단순한 업황 조정이나 해외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우리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과 정책 대응의 적절성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표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집중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고, 코스닥 시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 전반으로 하락세가 확산되며 시장 불안이 커졌다.
경실련은 올해 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10차례, 코스닥 시장에서 4차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당국 역시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보완대책을 발표할 정도로 시장 불안 요인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체질 개선보다 단기간 주가지수 상승에 집중한 정책 기조를 꼽았다.
경실련은 “상법 개정과 소액주주 권리 강화, 불공정거래 근절 등 투자자 신뢰를 높이는 제도 개선은 지속돼야 하지만, 건전한 자본시장은 단순한 지수 상승이 아니라 기업 가치와 시장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 도입을 주요 정책 실패 사례로 지목했다. 해당 상품은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률을 2배 수준으로 추종하는 구조로, 높은 수익 가능성과 함께 손실 위험도 확대되는 고위험 상품이다.
경실련은 “해외와의 규제 차이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상품을 도입했지만, 일반 ETF와 비교하기 어려운 변동성과 시장 충격 가능성, 위험 관리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장 변동성이 커진 이후 기본예탁금 상향 등 뒤늦은 보완책을 내놓은 것은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책 결정 과정과 도입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향후 단순한 사후 규제 강화가 아닌 시장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정교한 금융상품 설계와 위험관리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별도 대응 필요성도 제기했다. 경실련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 시장이 최근 급락 과정에서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성장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경실련은 “기술기업과 벤처기업이 일시적인 시장 충격으로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혁신 생태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동성 관리, 시장조성 기능 강화, 공시 관리, 투자자 보호 방안 등 코스닥 시장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매도 관련 한시적 안정장치 마련 등 시장 안정 대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실련은 이번 증시 급락을 단순한 조정이 아닌 자본시장 정책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는 단기적인 주가지수 상승을 정책 성과로 내세우는 접근에서 벗어나 기업가치와 시장 신뢰를 높이는 제도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며 “투기보다 투자, 단기 부양보다 공정성과 신뢰를 우선하는 자본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