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순서
1부 | 법인과의 거래에서 돈을 받지 못한 경우
2부 | 상호 속용과 양수인의 책임
3부 | 회사의 이사가 부담하는 손해배상 책임
4부 | 회사라는 이름 뒤에 숨은 사람
5부 | 폭행을 당했을 경우 유의할 점
6부 | 형사합의금, 얼마가 적당한가
7부 | 술자리 이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8부 | 프리랜서와 퇴직금
9부 | 사업상 자금 융통으로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주의할 점
10부 | 외국인 배우자가 도망갔을 때, 이혼할 수 있을까?
11부 | 집주인이 수리를 미룬다면…임대차 계약 해지 가능할까?
12부 | 원사업자가 잠적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대금을 받을 수 있을까?
13부 | 경찰 조사 처음 받는다면 알아야 할 것들
14부 | 토지거래허가구역 계약, 허가 전에도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15부 | 범죄 목적을 숨기고 들어간 타인의 주거, 주거침입인가?
16부 | 타인을 사칭하여 인스타 계정을 개설하는 경우도 처벌될 수 있다
18부| 누수가 발생해 공사를 해야 할 때, 임차인이 공사 방법까지 결정할 수 있을까?
21부 | 세무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글 | 홍승권 법무법인 판 변호사 (skh@law-pan.com)
부동산을 매도하거나 증여할 때 세금 문제는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특히 양도소득세나 증여세와 같이 거래 시기나 보유 주택 수 등에 따라 세액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에는 세무사의 조언을 믿고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세무사에게 정식으로 신고 업무를 맡긴 것이 아니라 단순히 상담만 받았는데, 그 상담이 잘못되어 예상하지 못한 세금이나 가산세를 부담하게 되었다면 세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요?
판례는 정식 위임계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세무사의 책임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판단한 사례 중에는 세무사가 기존에 상담자의 가족에 관한 세무 업무를 여러 차례 처리해 온 상태에서 상속세 문제에 관하여 상담을 해 준 사안이 있었습니다. 세무사는 관련 자료와 법령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상속세 신고가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하였고, 상담자는 이를 믿고 신고하지 않았다가 가산세 등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비록 해당 세무 업무에 관하여 별도의 위임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무상으로 구두 상담을 한 경우라 하더라도, 세무사가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상담자가 제시한 자료를 확인하여 신중하게 답변하여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있고, 세무사가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잘못된 설명을 하고 상담자가 이를 신뢰하여 손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이 판례를 세무사에게 상담을 받기만 하면 언제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판례가 책임을 인정한 사례에서는 세무사가 이전부터 상담자의 세무 업무를 처리하여 온 사정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세무사가 특정 세무 문제에 관한 상담을 위임받았다고 볼 수 있거나, 정식 위임관계가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에서는 계약서의 존재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상담의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과거에도 해당 세무사에게 신고 업무를 맡겨 왔는지, 매매계약서나 등기부등본 등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하였는지, 세무사가 해당 자료를 검토하여 비과세 여부나 세액에 관하여 구체적인 판단을 해 주었는지 등이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잘못된 상담이 있었다고 해서 실제로 납부한 세금 전액이 곧바로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가령 세무사가 비과세 대상이라고 잘못 상담하였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비과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원래 세금을 납부했어야 하는 경우라면, 그 세금 자체를 세무사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정확한 상담을 받았다면 거래 시기를 변경하거나 다른 방법을 선택하여 세금을 합법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데 잘못된 상담을 믿고 거래하여 추가 세금이 발생하였다면, 그 차액은 손해로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세무상담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할 때에는 세무사에게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잘못된 상담을 하였는지, 그리고 그 상담을 신뢰한 결과 실제로 피할 수 있었던 손해가 발생하였는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필자 소개
홍승권은 법무법인 판 소속 변호사로, 민사·형사소송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루고 있다. 기술 혁신과 재산권 질서, 규제정책의 변화가 법과 시장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